서울은 국제회의·전시회((MICE) 개최순위로는 세계 5위지만, 전시·컨벤션 인프라는 20위권 수준에 머물 정도로 열악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인구 1,000만의 대도시 서울의 전시·컨벤션 면적은 6만4,000㎡에 불과하다. 독일 도시들과의 비교는 물론 베이징(63만8,646㎡)과 도쿄(16만㎡ ), 홍콩(13만 6,968㎡) 등 아시아 대도시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서울의 전시·컨벤션 시설 면적은 지난 2002년 서초구 aT센터 개장 이후 제자리 수준이다.
이마저도 코엑스(COEX) 4만 7,000㎡, 세텍(SETEC) 9,000㎡, aT센터 8,000㎡ 등으로 흩어져 있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공작기계전과 서울모터쇼 등 2만㎡ 이상 규모의 전시회는 서울 시내 인프라 부족으로 경기도 일산의 킨텍스(KINTEX)로 이전하는 상황을 낳고 있다. 하지만 킨텍스는 서울 도심만큼 요식과 숙박업이 발달해 있지 않아 해외관람객들에게 재방문 유인이 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황희곤 한림대 국제대학원 컨벤션이벤트경영학과 교수는 "요식 숙박업이 발달하지 않은 킨텍스에서 대규모 전시회가 열리게 되면, 전시회를 찾는 방문객들이 실제 숙박이나 식사는 서울에서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일부 행사는 규모가 커져 킨텍스로 갔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 교수는 "코엑스와 세텍, aT센터로 나눠져 있는 것은 최소한의 국제 규모 전시회도 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브랜드 면에서도 전시장의 의미가 약하다"며 "다른 나라 수도 전시장 규모에 상응하는 전시컨벤션 센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서울에서 개최되는 전시나 국제회의가 급증하고 있는데 인프라가 부족한 미스매치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에서 개최되는 전시나 국제회의의 경우 지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연간 353개에서 569개로 61.2% 증가했다. 이 때문에 국제적 규격을 갖춘 유일한 시설인 코엑스의 가동율은 평균 75%로, 행사 전후의 기간을 감안하면 연중 풀 가동될 정도로 한계에 와 있다.
이에따라 서울시는 전시·컨벤션시설을 2020년까지 도심권과 동남권, 서남권 3대 지역을 중심으로 현재 6만4,000㎡의 3배 수준인 18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1단계로 2018년까지 서울의 중심부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서울역 북부 컨벤션센터, 15개 6,500실 도심호텔, 고궁 및 명동·청계천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통합해 '도심형 컨벤션 지구'로 육성한다. 2단계는 2020년까지 기존의 국제회의·전시회 기반시설, 교통접근성, 산업기반 등을 고려해 삼성동·잠실 등 동남권역 일대를 회의·전시, 숙박, 쇼핑, 문화, 엔터테인먼트가 복합된 'MICE산업 복합단지'로 조성한다. 옛 한전부지와 서울의료원, 한국감정원, 잠실종합운동장 부지 등을 코엑스와 연계·개발하고, 장기적으로 인접한 한강의 수변공간 등을 연계하기로 확정했다. 3단계는 연구개발(R&D) 중심의 첨단 산업단지로 조성 중인 마곡지구 내 입주기업들의 지원을 위한 호텔, 회의장 등 마이스 관련 시설 설치를 유도할 계획이다.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전시·컨벤션 시설은 서울시의 핵심 성장동력"이라며 "프랑크푸르트와 홍콩, 싱가포르 등 대도시 핵심지역에 10만~15만㎡ 에 이르는 전시시설을 갖고 있는 도시들과의 경쟁을 위해 동남권에 대규모 전시 시설을 꼭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