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을 방치하고 먼저 탈출한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행위는 살인이라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재난사고에서 책임자에 대해 살인죄를 인정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2일 살인죄 등으로 기소된 이 선장 등 세월호 탑승 선원 15명과 청해진해운에 대한 재판 상고심에서 법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선장에 대한 살인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 선장의 형량도 무기징역이 유지됐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이 선장에게 과연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로 1심은 이 선장이 퇴선 명령을 내렸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반면 항소심은 어떤 조치도 없었다고 판단해 살인죄를 적용했다.
대법원도 이 선장이 퇴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선장은 퇴선 상황을 알려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하지 않은 채 퇴선했고 승객의 안전에 대해 철저하게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이는 승객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용인하는 속마음에서 비롯돼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에서 책임자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다.
대법원은 또 "이 선장이 퇴선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승객들을 적극적으로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이 선장은 자신의 역할을 의식적이고 전면적으로 포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 선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의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았으며 유기치사·치상 혐의나 수난구호법 위반 등을 적용해 1년6월~1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에는 세월호 유가족 40여명이 직접 참석해 선고를 지켜봤다. 이들은 선고 이후 울음을 터뜨리며 "살인죄가 인정돼 인고와 고통의 시간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김흥록기자 ro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