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까지 1억 기부 약속 '기부천사' 김해림

"상금 커진 KLPGA, 기부 문화 확산됐으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김해림. 우승상금을 타면 어려운 이웃을 더 많이 도울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첫 승을 두드리고 있다. /이호재기자

달걀과 기부. 프로골퍼 김해림(26·롯데) 하면 떠올려지는 키워드다. 김해림은 드라이버 샷 거리를 늘리기 위해 하루에 달걀(흰자) 30개를 먹으며 체력훈련을 했다고 지난해 밝혀 화제가 됐었다. 김해림은 또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속한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이다. '달걀 프로젝트'가 한창이던 지난 2013년 말 가입했다.


기부로만 1억원을 쓰려 한다면 우승을 밥 먹듯 하는 선수일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니다. 200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김해림은 2012년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등에서 기록한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상금랭킹은 지난 시즌의 17위가 최고. 김해림은 그러나 상금이 많든 적든 꾸준히 어려운 이웃을 도와왔다. 최근 3개 대회 연속으로 톱3를 기록, 상금랭킹 8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달걀과 기부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김해림은 1일 끝난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도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아쉽게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놓친 셈이지만 반대로 계속해서 우승권에 들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만난 김해림은 후자에 의미를 뒀다. "운이 안 따라줘서 우승 못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계속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는 열리지 않을까요?" 2년 전 하루 달걀 한 판씩 먹어치우며 체중을 8㎏ 늘렸던 김해림은 지금은 달걀을 그 정도로 먹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 무릎이 조금 안 좋아서 드라이버 샷을 강하게 치지 못했다. 늘었던 거리도 다시 돌아갔다"며 "시즌 뒤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재활훈련을 하며 단백질을 골고루 섭취할 계획이다. 내년 시즌은 더 기대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체력훈련에 유독 비중을 크게 두는 김해림은 대회 기간에도 30분씩 근육을 단련시킨다. 그는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볼 치는 것보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신경 써왔다. 비시즌에는 하루 3시간씩 운동한다"고 했다. 골프가 아니었다면 농구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김해림은 "지금도 농구공과 골대만 있으면 종일 놀 수도 있다"며 웃었다.

상금이 크지 않은 2부 투어를 뛸 때도 몇 십만원씩 모아 소외계층돕기에 나섰던 김해림은 오는 2018년까지 5년간 1억원 기부를 약속한 데 대해 "원래 아버지가 기부에 관심이 컸는데 저한테 '올인'한 탓에 사정이 안 됐다"며 "그래서 딸인 제가 아버지 뜻을 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삶이 더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김해림은 "국내 투어에 후원사가 많아지고 상금규모도 커진 만큼 기부에 관심을 가지는 선수가 많아지면 좋겠다. 그러면 투어에 대한 이미지도 더 좋아지고 여러모로 좋은 일이 많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첫 우승 상금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일찌감치 밝힌 김해림은 "지난해 연탄 나르기 봉사를 하면서 생각한 건데 첫 승 상금은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데 쓰고 싶다"고 밝혔다.

몸 관리를 잘해 마흔 넘어서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김해림. 달걀·기부 말고 얻고 싶은 또 다른 키워드는 뭘까. "우승도 하고 더 잘하면 팬분들이 멋진 것 하나 지어주시지 않을까요?"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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