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직장인의 동반자 IRP

신상근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신상근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희곡 '오이디푸스의 왕'에 나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인간의 일생을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 세 발로 걷는다는 것으로 비유한 것이 기발하다. 오랜 옛날부터 인간의 삶을 몇 가지의 시기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투자에 대한 관심이 연금상품으로 쏠리고 있다. 올해 1·4분기에 닥친 연말정산 파동은 적잖은 혼란을 낳았지만 직장인에게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대한 직장인의 관심도 높아졌다.


직장인 대부분은 IRP를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만 활용하고 있다. 퇴직금을 포함해 세액공제 받은 금액을 대부분 퇴직 이후에 일시금으로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IRP의 또 다른 혜택을 간과하고 있는 셈이다. 승진과 퇴직의 갈림길에서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아 퇴직금의 운용방식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IRP는 직장인의 일생에 따라 적절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재직하는 동안에는 연말정산과 맞물려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퇴직할 때는 퇴직급여에 대한 과세이연을 통해 세금부담을 줄여준다. 마지막으로 연금수령 단계에서는 연금 소득세에 대해 저율과세 혜택을 준다.

퇴직 이후에 일시금으로 찾아가게 되면 이러한 중요한 혜택을 대부분 놓치게 된다. IRP의 본질적인 혜택이 퇴직 이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과세이연 효과를 간과하기 쉽다. 세금은 최종적으로 연금을 받을 때 내게 되므로 투자하는 동안 원금의 크기를 불려주는 효과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매년 손실을 결산해 결과적으로 손실이 났어도 세금을 낼지도 모르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는 손익통산 효과도 있다. 과세이연은 손익통산 효과까지 아우르는 것이다. 새롭게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손실과 이익을 합산해 과세한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하는데 이미 연금계좌에서는 손익통산 효과를 제공하는 것이다.

은퇴 이후 연금소득세 또한 직장인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심리적으로 투자자는 당장 쓸 수 있는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기 때문에 일시금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 일시금으로 찾은 금액은 어차피 부동산 또는 금융자산을 통해 운용하게 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에는 세금이 붙는다. IRP의 연금수령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비를 마련하고 다른 자산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IRP에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자산관리 측면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준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처럼 인생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다. 당장 일시금을 찾고 싶은 유혹을 극복하고 IRP의 장기적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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