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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개발에 국민 참여 이끌어 9개월간 248개 사업 추진 성과
곡성군 '귀농·귀촌 유치 정책'
관세청 '맞춤형 해외여행정보' 등 행자부, 우수과제 10개 선정
통계청은 올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통계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려주는 '통계로 보는 자화상 서비스' △통계를 통해 살고 싶은 집을 찾아주는 '주거지 분석 맵 서비스' △창업에 필요한 통계와 정보들을 지도와 함께 보여주는 '창업 천기누설 애플리케이션' 사업 등을 새로 추진했다. 이 사업들의 공통점은 수요자인 국민이 직접 정책 개발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서비스디자인 개념을 정책 결정 모델로 활용해 통계청이 자체적으로 국민디자인단을 꾸려 추진했다. 통계청 창조행정담당관실은 지난해 행정자치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추진하는 정부3.0 국민디자인단 시범 운영 과정을 살펴보고 벤치마킹해 사업들을 진행했다.
13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전국 241개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과 시민, 서비스디자이너가 합심해 정책 수요자입장에서 정책을 디자인하는 정부3.0 국민디자인단 활동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새롭게 추진된 사업은 무려 248개나 된다. '공무원들이 정책을 만들고 국민들이 그 혜택을 본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어 '국민들이 공무원과 함께 정책을 만들고 공무원들은 국민들이 그 혜택을 잘 누리고 있는 지 살핀다'는 서비스디자인 개념을 행정에 적용한 것은 생각보다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통계청처럼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기관도 생겨났다.
서지현 통계청 사무관은 "처음 청 내에서 자체적으로 국민디자인단을 시작할 때 동료들은 일이 늘어난다며 달갑지 않게 생각했는데 추진한 지 9개월만에 이 과정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며 "통계로 보는 자화상처럼 흥미로운 아이디어도 국민들과 서비스 디자이너의 참여가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콘텐츠"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는 올 한해 정부3.0 국민디자인단 활동을 통해 국민들의 수요에 맞는 사업과제를 발굴하고 가장 큰 변화를 주도했던 10개팀의 과제가 선정돼 수상하기도 했다.
대상(창조정부상)은 전라남도 곡성군 국민디자인단이 차지했다. 전남 곡성군은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곡성군에 귀농·귀촌인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흩어져 있는 귀농·귀촌 정보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귀농인들과 정착민, 군청이 다면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정책을 디자인했다는 점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주민과 농업 전문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전남 곡성군 팀은 신규 귀농인들의 간담회를 열어 다양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귀농인들과 지역 정착민이 서로 가진 오해를 풀어냈다. 최철호 전남곡성 군청 주무관은 "이번 활동으로 생각의 다양함을 담아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이것이 앞으로 행정의 방향인 것 같다"며 "이제 공무원 2년차인데 국민디자인단 활동을 통해 배운 이 기간이 앞으로 20년 공무원 생활에 방향을 제시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용자 중심의 맞춤형 해외여행정보 과제를 수행한 관세청과 마을 공동체가 함께 해결하는 주차 시스템을 제안한 광주광역시, 이주민의 토속음식 사업지원 사업을 수행한 충청남도가 최우수상(국민행복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인천광역시, 산업통상자원부, 울산광역시, 환경부, 행정자치부, 농촌진흥청이 우수상(국민사랑상)을 받았다.
한 해 동안 국민디자인단에 참여한 시민 남복희 씨는 "공무원과 전문가, 시민이 함께 모여 일을 하니 한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은 좋은 생각들이 모아졌다"며 "이런 방식으로 정책을 만들면 국민 눈높이에 맞춘 좋은 정책이 대거 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날 성과공유대회에서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은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 대안을 마련하고 정책결정, 집행단계까지 참여하도록 해 국민 주권주의를 매우 세련되게 실시한 사례"라며 "국민과 함께 정책을 만드는 새로운 정책결정모델이 공직사회에 정착하고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광우기자 press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