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1세기 문화강국론 '문화가 있는 날'

김구선생 '문화강국론' 재탄생… 미술관·고궁 등 무료 입장 혜택

이흥우부회장

"부유함보다도, 강력한 힘보다도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문화강국론'을 이야기하며 문화로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 실현되기를 소망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넘게 지난 오늘날 우리는 행복할까.

우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무역 1조달러 달성' 등 세계 속의 경제강국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 '행복지수 32위' '근로시간 2위' 등 슬픈 자화상을 갖고 살고 있다.

지난 세월 경제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살아왔지만 행복은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함께 충족돼야 한다는 김구 선생의 혜안과 '문화'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느낀다. 반가운 것은 정부도 '문화'의 힘을 높게 평가해 오는 2016년 문화 분야 예산을 올해보다 7.5% 늘어난 6조6,000억원까지 증액하고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채택해 '문화'를 통한 국민생활의 '행복' 찾기에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실시한 '문화가 있는 날'은 국민 모두 '문화가 있는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문화시설의 문턱을 대폭 낮춰 주목된다. 일상에 쫓기는 국민들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문화를 통해 여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에 영화관을 비롯해 공연장·박물관·미술관·고궁 등 주요 문화시설 이용시 무료 또는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4년 883개의 문화시설로 첫발을 내디딘 후 2년 만에 총 2,055개의 문화·예술·스포츠 프로그램으로 범위와 혜택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다양해진 프로그램만큼 '문화가 있는 날'에 동참하는 기업과 부처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 부처와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문화퇴근일' 또는 '자체 대내외 문화행사' 등을 통해 직장인의 문화향유 여건을 개선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러한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은 매주 스머트데이(스타일은 살리고 머리는 비우는 날)를 정해 문화활동과 식사비를 지원하는가 하면 또 다른 중소기업은 총 150여회의 클래식 콘서트를 개최해 직원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직원 가족과 지역주민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340만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도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 일주일에 한 번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중소기업과 예술이 함께하는 기부여행' '11월 문화가 있는 날' 등의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계 문화전도사로서 중소기업의 문화활동 분위기를 확산시켜나가고 있다.

물론 일부의 단편적 모습을 보고 모두의 삶 속에 '문화'가 함께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직 대한민국의 대다수 직장인들은 늦게까지 이어지는 야근과 회식 등으로 문화를 실질적으로 향유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여전히 '문화생활'을 단순히 '노는 것'으로 치부하는 시선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야근을 부추기고 장시간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아는 '근로문화' 개선이 일부 기업이 아닌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문화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이 바로 설 때 비로소 '문화가 있는 날'은 활성화되고 우리들의 삶 속에 '문화'가 스며들 수 있게 될 것이다. 김구 선생이 '문화강국론'에서 주장했던 '문화를 통한 행복한 대한민국' 실현을 위해 이제 한 달에 한 번, 마지막주 수요일만큼은 열심히 일해온 우리의 '행복'을 위해 '문화가 있는 날'을 즐겨보는 것이 어떠한가.


/이흥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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