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4관왕 김효주(20·롯데)가 미국으로 떠나자 올해 '전인지(21·하이트진로) 세상'이 열렸다. 4관왕 전인지마저 미국 무대에 진출하는 2016시즌, 국내 무대 주인공 배역은 누구 차지일까. 전문가와 팬들은 '장타퀸' 박성현(22·넵스·사진)을 1순위로 꼽는다. 260야드는 너끈히 날리는 박성현은 데뷔 2년차인 2015시즌 3승을 수확했다. 상금랭킹 2위(약 7억3,000만원)에 올랐고 정규시즌 뒤에는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이름을 떨쳤다. 지난달 말 '골프여제' 박인비(27·KB금융그룹)와의 싱글매치에서 5홀 차 압승을 거둔 데 이어 이달 4개 투어 대항전 더퀸즈에서 일본 간판 우에다 모모코를 역시 5홀 차로 완파했다.
거침없는 상승세의 박성현이 개막전부터 '2016 박성현 대세론'을 증명했다. 13일 중국 하이커우의 미션힐스GC 블랙스톤코스(파72·6,342야드)에서 끝난 2016시즌 KLPGA 투어 개막전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총상금 55만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만 8개를 기록, 8언더파 64타 단독 선두로 나섰던 박성현은 둘째 날에 이어 마지막까지 선두를 유지하며 '와이어투와이어'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이날 5언더파를 포함, 최종 스코어 17언더파 199타로 우승상금은 11만달러(약 1억2,900만원). 현대차 오픈은 2015년 마지막 대회지만 2016시즌 성적에 반영된다. 박성현은 일찌감치 1승을 챙기면서 3월 시즌 재개까지 편안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됐다.
김효주에 2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3라운드를 출발한 박성현은 5번홀에서 김효주에게 공동 선두를 내줬다. 이후 11번홀까지 버디 3개를 맞아 3타 차까지 뒤졌다. 김효주의 역전승으로 끝날 듯했다. 하지만 박성현의 저력은 13번홀부터였다. 마지막 6개 홀에서 버디만 5개를 퍼부은 것. 파5·4·3 홀인 13~15번홀에서 연속으로 타수를 줄이며 '사이클링 버디'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효주가 12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로 주춤하면서 1타 차로 격차를 좁힌 박성현은 13·14번홀 중거리 버디 퍼트에 이어 15번홀(파3)에서는 1m 안쪽에 티샷을 떨어뜨려 1타를 더 줄였다. 이 홀에서 김효주가 보기를 적으면서 박성현은 2타 차 리드를 다시 뺏어왔다. 17·18번홀에서 박성현과 김효주는 나란히 버디를 적었다.
12번홀 티샷 OB(아웃오브바운스) 충격에도 김효주는 마지막까지 박성현을 위협했다. 18번홀(파5) 세 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붙였다. 들어갔다면 16언더파였다. 박성현은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세 번째 샷을 2m 안쪽에 붙였고 버디로 마무리했다. 갤러리 스탠드를 가득 메운 중국 관중은 박성현과 김효주의 챔피언조 경쟁을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봤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선수들도 대거 출전했지만 최고 성적은 시유팅의 공동 13위였다. 첸멍추(대만)는 공동 10위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김효주는 단독 2위에 올라 새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LPGA 투어에 진출하는 전인지도 미국 진출 전 마지막 KLPGA 투어 대회를 11언더파 단독 4위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