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문턱 건강 챙기기] 고혈압 환자, 아침 신문 챙길때도 보온 유지 신경써야

심장 돌연사 예방



이번주부터 아침기온이 뚝 내려가는 등 갑작스런 추위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이맘때쯤 기온변화에 가장 주의해야 하는 질환자들은 고혈압·뇌졸중 등의 심혈관질환자들이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심장 돌연사 등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심장 돌연사란 심혈관계의 이상으로 증상이 발현해 1시간 이내에 예기치 않게 사망하는 경우를 뜻하며 가장 흔한 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이다.

급성심근경색과 심장 돌연사와의 연관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급성심근경색의 경우 약 40%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해 대표적인 심장 돌연사라고 할 수 있다.

고영국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근경색을 비롯한 심장 돌연사는 특히 겨울철에 많이 나타나는데 기온이 낮아져 체내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류와 산소의 흐름이 장애를 받고 혈압이 상승하며 관상동맥이 좁아져 있기 때문"이라며 "이 상태에서 갑작스런 신체활동이나 스트레스로 산소요구량이 급격히 증가해 심장으로의 산소(혈액)공급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심장 돌연사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급격한 기온변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겨울철에는 아침 기상 시 이완돼 있던 심장근육이 갑자기 수축돼 위험할 수 있으므로 기상 후 신체 활동을 시작하기 전 가벼운 스트레칭과 기지개로 심장근육을 서서히 이완시켜주는 것이 좋으며 아침 운동을 하기 전이나 심지어 현관 밖에 잠깐 신문을 가지러 갈 때도 옷을 잘 챙겨 입어 보온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심장 돌연사는 사전에 아무런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흉통이나 호흡곤란, 심계항진 등의 전조증상이 먼저 나타나게 되는데 평소 찬바람을 쐬면 가슴이 뻐근하고 두근거린다거나 가벼운 신체활동 후에도 가슴이 쥐어짜듯 답답하고 눌리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면 심혈관의 이상 신호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다.

고 교수는 "무엇보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위험인자를 관리해 심장 돌연사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고혈압은 모든 심혈관 및 뇌혈관질환의 단초가 되며 겨울철에는 온도가 내려갈수록 혈압은 높아지기 때문에 운동을 하거나 외출할 때 보온유지에 신경을 쓰고 평소 혈압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액을 끈끈하게 해 혈관을 막는 혈전을 유발해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된다. 특히 추운 날씨에서의 흡연은 혈관에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50대 이하 급성심근경색 환자들의 경우 흡연이 결정적 병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이미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나 노인환자들은 추운 날 새벽 운동을 피해야 한다. 새벽이나 아침보다는 온도가 상승하는 오후 운동이 적당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관상동맥 등의 혈관에 노폐물이 쌓여 동맥경화증이 유발되고, 특히 상대적으로 신체활동이 적은 겨울철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욱 상승할 수 있으므로 평소 고지혈증이 있다면 치료제 복용을 철저하게 하고 기름진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심장질환은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급성심근경색 같은 치명적 질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40대부터는 정기적으로 심장초음파와 운동부하검사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심장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건강검진을 통해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의 위험성을 조기에 진단하고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뜻밖의 불행을 막을 수 있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동맥경화증과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환자, 노인 등과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의 경우 차가운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심혈관 질환이 갑자기 악화되거나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으로 치료받고 있는 분이라면 추운 날씨에 새벽 운동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들 질환 치료를 위해 약물투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 악화를 경험했다면 더욱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협심증이 추운 날씨에 악화됐다면 전문가와 상의를 해 혈관조영술을 비롯한 검사를 즉각적으로 시행하고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이나 관상동맥 우회술 등의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들 치료법은 막혀 있는 혈관을 근본적으로 뚫어주는 방법이므로 계절이나 환경에 따른 악화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또한 송년회가 많은 연말에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과음이다. 과량의 알코올 섭취는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고혈압과 부정맥을 유발하고 몸에 해로운 중성지방을 체내에 쌓이게 하는 고중성지방 혈증을 일으켜 혈관을 막히는 '죽상동맥경화' 등을 발생시키고 심장 근육을 손상시켜 심장의 수축능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적절한 음주량은 남자의 경우 양주·와인·소주·맥주 등 주종에 관계없이 2잔 정도이고 여자는 그 절반인 1잔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안주로는 고기류보다는 채소와 과일을 위주로 먹고 한번 술자리를 갖게 되면 최소 2~3일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음주로 인한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