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수출, 돌파구는 없나] 내수와 수출은 '한수레 두바퀴'

내수 부진하면 수입도 줄어 경상흑자 늘고 원화 강세로

올해 무역 1조달러 목표 달성이 4년 만에 물 건너간 것은 수출이 급감한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수입이 부진한 것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태생적으로 작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서비스업 중심의 신산업으로 전환해 내수시장을 키우고 나아가 해외시장까지 공략하는 시도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수입액은 3,30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나 급감했다. 우리나라 총 교역액(수출+수입)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도 47.4%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내려앉았다. 이는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붕괴에 따른 국내 경기침체로 수입이 급감했던 지난 2009년(47%)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다. 만약 수입액이 예년만큼만 나왔어도 올해 우리나라 총 교역액이 9월 말까지 6,970억달러에 불과한 저조한 실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작은 내수시장은 환율 경로를 통해서도 수출을 끌어내려 전체 무역 규모 위축을 가속화했다. 올해 우리나라는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들어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수출해서 외국에서 받은 달러가 수입 대금으로 나간 달러보다 많다 보니 국내에는 달러가 쌓여갔다. 이는 원화강세로 이어져 우리 수출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갉아먹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까지 경상흑자는 무려 700억7,000만달러다. 한은은 올해 전체 경상흑자가 1,1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8%에 해당하는 규모로 경상흑자가 과도해 주변국으로부터 질타를 받는 독일에 버금가는 크기다. 수입이 어느 정도 늘어나야 경상흑자도 줄어들고 이는 원화약세로 이어져 수출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유럽·일본 등 세계 각국은 경쟁적 통화약세로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작은 내수시장에 따른 수입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로 인한 불황형 경상흑자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이 더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내수의 몸집을 키워야 결국에는 수출도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장기적 관점에서도 내수시장 육성은 수출의 필수요소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선진국들은 주로 내구재를 수입해왔지만 지금은 서비스업 소비 중심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선진국 경제가 제 궤도에 진입하면 예전같이 내구재 소비를 늘리기보다는 헬스케어 등 서비스와 결부된 신산업 수입을 늘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역시 경제성장률은 떨어지지만 서비스업이 발달하면서 관련 고용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도 제조업 중심 수출에서 벗어나 세계적 흐름에 맞게 서비스업과 결부된 상품을 팔아야 한다"며 "내수시장을 육성해 관련 제품을 국내에서 팔아보고 시행착오를 겪은 후 이를 발전시켜 세계 교역시장에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