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처 '머리'는 서울에 남아, 빨간불 켜진 재난안전시스템

■ 국민안전처 등 4개부처 세종 이전 확정
시공 등 1년 이상 걸려… 최소 6개월 안전 공백 불가피
"상황실 설치도 않고 내년 총선의식 서둘러 결정" 비판도

국민안전처를 비롯해 4개 정부기관이 내년 3월까지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안전처에서 가장 중요한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 세종시에 마련되지 않아 6개월 이상 '머리(상황실)'는 서울에, '몸(사무실)'은 세종에 분리돼 있는 기형적 시스템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국민안전보다는 내년 4월 총선을 겨냥, 충청권 표만을 고려한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을 확정해 16일 관보에 고시했다. 이전 대상은 안전처, 인사처, 행자부 정부청사관리소 소속 총 1,585명이다. 인천에 있는 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인사처 소속 소청심사위원회도 이번 이전계획에 포함됐다. 특히 정부는 이들 부처의 이전 시기를 '연내 시작해 내년 3월 말 완료'로 못 박았다.


문제는 현재 정부서울청사 1층에 있는 안전처의 재난안전종합상황실이다. 이곳은 안전처의 '코어' 역할을 하는 곳으로 전국 각지의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할 수 있는 곳이다. 재난 발생 등 비상상황 때 범정부 재난대응 사령탑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안전처는 지난 4월 세종시 이전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채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상황실 업그레이드까지 했다. 소방과 해경의 폐쇄회로TV(CCTV)는 물론 도로·원자력·철도·지하철 등에 이어 우리 군이 보유한 선박과 항공기 관제 시스템까지 연계돼 적어도 5,000개 이상의 CCTV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새로 구축됐다. 또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과 항적전시스템(RTDS) 등 군과도 연계해 우리 영해의 선박이나 항공기의 각종 궤적과 정보를 재난당국이 공유하는 시스템도 도입됐다.

이처럼 거의 모든 분야의 안전 관련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만큼 새로 설치하는 데 걸리는 비용과 시간도 만만찮다. 하지만 정부세종청사 내 상황실 설치는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안전처 관계자는 "세종시 이전 관련 고시가 나오지 않은 탓에 아직 정부세종청사 내 상황실 설치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작업도 진행할 수 없었다"며 "긴급입찰 등의 절차를 밟아 설계·시공을 거쳐 시범서비스 등의 소요시간을 감안하면 1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까지 세종시로 안전처 직원과 사무실이 이전할 경우 적어도 이후 6개월가량 상황실은 따로 떨어져 서울에 남아 있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울러 세종시 재난상황실 설치를 위해 별도로 막대한 예산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안전처 등 이번 4개 부처의 이전 예상비용(이사와 사무실 임대)은 170억원이지만 상황실 설치비까지 추가하면 실제 비용은 최소 3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실의 세종시 이전 이후 정부서울청사 내 상황실 활용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안전처의 가장 중요한 시설인 상황실 설치를 고려하지 않고 세종시 이전을 내년 3월까지 서둘러 마무리하겠다고 한 것은 결국 정치적 판단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안전처의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 충청 지역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의원들과 지역민들이 조기 이전을 강하게 주장했다. 안전 관련 한 전문가는 "안전처가 가장 중요한 상황실도 없는 상황에서 서둘러 세종시로 옮긴다는 것은 결국 안전보다는 지역민들의 표를 의식한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영일기자 han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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