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경제정책] "돈 풀어서라도 물가목표 맞춰야"… 정부 금리인하 압박 커지나

■ 한은 물가목표 2% 제시
목표범위 이탈땐 내년 7월 총재 기자간담 가능성
성장 중시 정부-물가관리 한은 통화정책 갈등 예고



한국은행이 16일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3~3.2%라고 공개하고 물가 목표를 2%로 낮춰잡은 것은 한국 경제가 사실상 '저성장·저물가 시대'로 전환했다는 것을 공식화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성장을 중시하는 정부가 '체감 중시 거시정책'을 펼치겠다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함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정부와 한은 간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이날 한은 발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 목표 2%에서 ±0.5%포인트 이상 이탈할 경우 한은 총재가 직접 그 경위와 대응 방안을 설명하는 의무를 지겠다는 내용이다. 0.5%포인트 이상 이탈한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하면 총재 기자회견을 통해 원인과 전망, 정책 방향을 알려준다. 이탈 상황이 계속되면 3개월마다 후속 설명도 한다. 또 국회에 제출하는 법정보고서인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연간 2회에서 4회로 확대하고 국회 요청 시 총재가 출석해 설명하기로 했다.


한은의 이 같은 설명 책임은 영국중앙은행 등 6개국이 하는 방식으로 기준(±0.5%포인트)은 오히려 다른 나라(±1~2%포인트)보다 엄격하다. 영국중앙은행의 경우 1%포인트를 넘으면 영국중앙은행 총재가 물가관리 책임자인 재무부 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낸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1%로 할 경우 설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한은 전망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내년 상반기 평균 1.6%, 하반기 평균 1.8%다. 유가 하락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더딜 경우 내년 7월 한은 총재는 물가 목표 달성 실패에 따른 첫 기자간담회를 열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3~3.2%로 추산된다는 것도 처음 공개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1990년대 6%대 중후반, 2000년대 4%대 중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대 중반에서 이제 3%까지 밀렸다. 한은이 구체적인 수치를 처음으로 공개함에 따라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는 공식화됐다. 잠재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무리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장률을 의미한다. 무리하게 성장 드라이브를 걸다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 생각은 전혀 다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년부터 실질 성장률과 경상 성장률을 병행관리하는 '체감 중시 거시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내년 실질 성장률(3.1%)과 함께 경상 성장률(4.5%) 전망치도 함께 제시했다. 경상 성장률은 실질 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개념이다.

기재부는 이번에 한은이 물가안정 목표를 새로 설정한 것을 계기로 거시경제정책을 실질 성장률 중심에서 실질과 경상 성장률을 병행해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실질 성장률로 부족하면 물가상승률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언론사 경제부장을 대상으로 한 내년 경제정책 방향 설명회에서 한은의 물가 목표 책임이 강화된 만큼 경상 성장률 관리를 위해 한은이 돈을 풀어서라도 물가 목표를 맞춰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한은은 설명 책임 강화가 곧바로 통화정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반박한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0.5%포인트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통화정책이 뒤따른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경상 성장률 중 물가 때문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