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산업은 '물 먹는 하마'로 불린다. 면 티셔츠 5장(1kg)을 염색하는데 약 150리터의 물이 사용돼 국내 연간 섬유생산량 159만톤에 필요한 물의 양만 2억4,000만톤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폐수 발생으로 이어져 염색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키운다. 그렇다면 물을 사용하지 않고 염색할 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했던 국내 염색·가공 분야 전문생산기술연소인 다이텍연구원이 '물 없는 염색' 실현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폐수 발생과 환경규제 등으로 염색산업이 '3D산업'으로 인식됨에 따라 물을 사용하지 않는 염색기계(초임계 유체 염색기) 및 첨단 염색기술을 개발해 염색공정을 혁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윤남식(58·사진) 다이텍연구원장은 "제직·염색 등의 일반적 섬유기술은 이제 원가 측면에서 중국·베트남 등과 경쟁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은 빨리 넘겨주고, 할 수 있는 것을 빨리 키워야 한다"며 "물 없는 염색은 국내 염색가공업 재도약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 없는 컬러산업 육성사업'은 현재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돼 심의가 진행 중이다.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내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7년간 국비와 민자 등 약 4,000억원이 투입돼 국내 염색가공 산업의 구조를 완전히 바꿀 전망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물을 대신한 초임계 유체 기술과 DTP(Digital textile printing) 핵심기술 개발이다. 초임계 유체는 기체에 열과 압력을 가해 액체와 기체의 특성을 동시에 갖게 되는 상태의 유체를 말한다. 기체와 액체 중간 단계의 이 유체는 물보다 100배 이상의 확산성을 갖는다. 특히 초임계 유체를 활용해 섬유를 염색하면 물을 사용한 염색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고품질의 염색이 가능하다.
물론 사용된 초임계 유체(이산화탄소)는 95% 이상 회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초임계 유체 염색은 물 사용, 에너지, 온실가스, 환경부하 저감을 위한 비수계 염색의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DTP는 섬유에 다양한 패턴을 프린팅하는 기술로 설치·조작이 쉬운데다 인력 효율성, 높은 생산성 등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친환경 염색기법이다. 물 사용량도 기존보다 80% 이상 절감된다.
구체적으로 이번 사업은 8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비수계 염색기 개발, 염·가공 물질 개발, 전용 염료·잉크 개발 등 연구개발 분야 6개와 비수계 염색 시범센터, DTP 창업 보육센터 설치 등 기반구축 분야 2개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현재 글로벌 염색 트렌드는 '친환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디다스·나이키·푸마 등 세계 유명 스포츠 메이커 22개사가 만든 'ZDHC(Zero Dischange of Hazardous Chemicals) 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위원회는 오는 2020년까지 염색 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유해물질을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윤 원장은 "네델란드·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초임계 유체 염색기 개발을 부분적으로 완료했거나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이 시점을 놓치면 크게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 없는 염색기술은 기존 염색공정과는 완전히 다른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으로, 국내 섬유산업이 고부가가치로 변모하고 미래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손성락기자 ss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