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카드사… 고객 혜택 축소로 불똥

■ 신용카드 수수료 최대 0.7%P 내린다


카드사 年 6700억 수입 감소… "예상보다 심각한 결과" 한숨

부가 서비스 유지 기간 단축

연회비 인상·마케팅비 축소 등 비용 절감 방안 모색 불보 듯

소비자 이익 침해 가시화 우려



당정이 최대 0.7%포인트의 카드 수수료 인하안을 발표한 2일 카드 업계는 당장 내년부터 닥쳐올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로 가득했다. 수수료 수익 감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이미 내년 예산에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위해 주판을 튕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부가서비스 제공 기한이 줄어들거나 연회비가 올라가는 등 일반 고객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2일 금융위원회와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에 따르면 이번 인하 조치로 가맹점 수수료 부담액은 연간 약 6,700억원 감소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4,800억원은 영세·중소가맹점에서, 1,900억원은 일반 가맹점에서 인하 혜택을 누린다. 시야를 좁혀보면 연매출 2억원 영세가맹점의 경우 연간 최대 140만원의 수수료 부담이, 연매출 3억원 중소가맹점의 경우 연간 최대 210만원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 같은 혜택은 전체 가맹점의 97%에 이르는 238만개의 가맹점에 돌아갈 예정이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한 해 6,700억원의 수입이 줄어든다. 한 카드사 고위관계자는 "인하폭을 0.5%포인트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0.7%포인트로 더 높게 책정됐고 영세·중소가맹점 외에 신용카드 수수료율 상한선 등도 낮아져 큰 폭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게 됐다"며 "수수료율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인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줄기차게 제시했으나 결국 예상보다 심각한 결과가 나왔다"고 우려했다.

수익성 악화가 예고된 내년 예산 수립을 앞둔 카드사들은 저마다 허리띠를 졸라맬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한 카드사 임원은 "당정안에 따라 수수료를 인하할 경우 얼마나 수익이 주는지 담당 부서가 산출하는 중"이라며 "곧 결과가 나오는 대로 내년 예산안에 반영,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임원은 "먼저 손쉽게 줄일 수 있는 마케팅비를 내년 10% 감축하기로 했다"며 "이외에도 업무 전반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예산을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에 나선다는 것은 곧 일반 고객의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를 위한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밴 수수료가 없어 비용이 낮은 무서명 거래를 현행 5만원 이하에서 10만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과 신용카드 연회비 인상, 이 밖에 부가서비스 유지 기간을 현행 5년에서 2~3년으로 줄이는 안 등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미 당정 발표에서 정부는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의무유지기간을 신규 서비스의 경우 현행 5년에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소비자 보호를 앞세워 정부가 지난해 12월 금융소비자 정책 종합계획 중 하나로 도입한 부가서비스 의무유지기간 연장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카드사가 자체 비용 절감으로 수수료 인하분을 메워왔지만 잇따른 수수료 인하로 고객에 제공하던 부가서비스 등에도 손을 대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업계가 우려하던 소비자 이익 침해가 결국 가시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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