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군제 마윈의 쇼핑마법] '글로벌·모바일·O2O' 승부 적중…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경쟁사 견제·정치력 강화" 항저우 떠나 베이징서 행사

25개국 5000개 브랜드 유치·스마트폰 마케팅 확대

리커창 "성공 축하" 축전… 소비촉진 中정부 기대 반영

분유·화장품 외국산 선호, 휴대폰·가전 中업체 약진


'글로벌·모바일·O2O'


마윈의 승부수가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한 11일 중국 광군제 쇼핑의 화두다. 중국의 경기둔화라는 거대한 폭풍에다 '짝퉁' 논란에 바람 잘 날 없던 알리바바는 광군제를 '글로벌 쇼핑 페스티벌'로 만들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올해 광군제의 최대 이슈는 글로벌화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마 회장이 호언장담했던 알리바바 글로벌 시장 진출의 실질적인 첫해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2년 가까이 준비한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O2O(Online to Offline) 마케팅도 적중했다. 중국 소비자는 물론 글로벌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를 읽은 승부수가 통한 것이다. 장융 알리바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모바일을 이용한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의 80% 가까이 되고 있다"며 "여기다 해외구매 등이 예상보다 늘어나며 목표했던 글로벌 쇼핑 페스티벌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된 내수에 단비 될 듯=올해 알리바바는 광군제 행사를 위해 본사가 위치한 항저우를 떠나 베이징으로 왔다. 최대 성수기에 지역기반을 버린 이유는 광군제의 글로벌화와 함께 베이징에 본거지를 둔 경쟁상대 징동(JD닷컴)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에 징동은 가시 같은 존재다. 알리바바의 짝퉁 이미지 대신 정품 이미지를 내세운 징동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판매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가 상하이 동부연안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베이징에서는 징동에 밀린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인 의미도 강하다. 중국 당국과의 거리를 좁히며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산업생산과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경기회복의 발판을 소매판매에 두고 있다. 11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경제지표도 지난 10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5.6% 증가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소매판매는 11.0% 늘어나며 예상을 웃돌았다. 리커창 총리가 직접 나서 "성공적인 광군제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낸 것 역시 이번 행사가 위축된 소비에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알리바바가 광군제 당일 실적을 위해 1주일 이상 타오바오와 티몰 등에서 예약판매를 하는 등 지나치게 소비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일보는 "광군제가 충동구매 등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해외제품의 과소비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선 알리바바=이번 광군제 행사는 글로벌 온라인 쇼핑의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알리바바의 전략을 그대로 드러냈다. 행사에는 중국 업체는 물론 25개국, 5,000개의 해외 브랜드가 참가했다. 애플·보스·캘빈클라인·버버리·에스티로더·P&G·킴벌리클라크·존슨즈베이비·월트디즈니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했고 미국의 농산물 기업인 오션스프레이, 와이너리인 로버트몬다비 등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에는 미국계 홀세일 브랜드인 코스트코, 독일계 유통업체인 메트로, 한국의 이마트 등 1,000개가 넘는 리테일 브랜드도 합류했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LG전자·아모레퍼시픽·롯데 등이 티몰에 입점했다. 앨빈 리우 티몰 글로벌본부장은 "글로벌 업체들에는 중국 내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O2O 마케팅 도입도 눈에 띈다. O2O 마케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마케팅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쿠폰 마케팅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독일계 유통회사인 메트로의 제론 데 구루트 중국담당 사장은 "알리바바를 통해 매장을 찾는 고객 수가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13억 소비자의 선택은=알리바바가 광군제 이벤트를 시작한 10분 동안 외국산 판매 1위는 프리미엄 분유 브랜드인 압타밀이 차지했고 이후에는 프랑스 온천수 화장품인 아벤느가 1위를 이어갔다. 한국 제품 중에서는 아이오페 BB크림(4위), 헤라 BB크림(6위), 미샤 BB크림(14위) 등이 외국산 제품 상위 20위권에 들어왔다. 13억 중국 소비자들의 외국산 제품 선택은 건강과 미용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휴대폰과 대형가전 등에서는 최근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이번 광군제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휴대폰 상위 5개 가운데 애플을 제외한 4개 브랜드가 모두 중국 제품이며 가전에서도 지멘스를 제외하면 하이얼·하이센스 등 현지 업체들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과 한국 제품이 최대 50%에 달하는 파격 세일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의외라는 분석이다. 이는 중국 제품들이 단순히 가격뿐 아니라 품질·기술 면에서도 글로벌 브랜드와의 격차를 좁히며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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