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배정 활용·사업 성장성 좋으면… 유상증자도 '호재'

3자 배정땐 매물부담 덜해 맥스로텍·씨엔플러스↑


유상증자 공시 이후 주가가 오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시중에 유통주식을 늘려 지분가치를 감소시키고 재무사정이 좋지 않다는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어 악재로 분류된다. 하지만 제3자 배정방식을 활용해 매물 부담을 없애거나 늘어난 자본금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확보하고 사업을 확장할 경우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금속 절삭기계 제조업체인 맥스로텍은 23일 코스닥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3.36%(85원) 오른 2,6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공시가 맥스로텍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맥스로텍은 지난 20일 장 마감 후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운영자금과 시설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49억9,9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한 에프엔씨엔터(1.10%)와 씨엔플러스(1.33%)도 전 거래일 대비 1% 이상 올랐다. 에프엔씨엔터는 이날 중국 쑤닝 유니버설 미디어를 대상으로 33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중국 최대 민영기업 중 하나인 쑤닝그룹이 연예기획사를 포함해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투자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며 이날 에프엔씨엔터는 오전 한때 24.28% 급등하기도 했다. IT 부품기업인 씨엔플러스도 20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씨케이홀딩스를 대상으로 20억원, 김준우씨 외 2인을 대상으로 9억8,998만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유상증자가 매물 부담이 덜한 제3자 배정이라는 점, 증자대금이 사업에 사용된다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돼 주가가 올랐다고 분석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일반 공모형식의 증자는 분명 악재지만 제3자 배정 방식은 1년간 매도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둘 수 있기 때문에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도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긍정적인 재료가 되기도 한다"며 "또한 에프엔씨엔터의 경우최근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대형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배정 방식과 사업 기대감이 주가를 가른 사례로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가 꼽힌다. 같은 금융지주사인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주가 흐름이 갈렸다. BNK금융지주는 이달 17일 장 마감 공시를 통해 7,42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고 이튿날 주가는 전날 대비 22.86% 급락했다. 시중 유통물량이 늘게 돼 주식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JB금융지주는 13일 외국계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1,852억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지만 주가는 전날 대비 1.16% 올랐다. 제3자 방식인데다 증자 이후 BIS 자본비율이 개선되고 추가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제3자 배정 방식일지라도 투자 주체를 살펴야 하고 사업 목적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특수관계인이나 해외 투자자 등 특정인을 신주 인수자로 정해놓기 때문에 경영권이 이전될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경영권 상태나 현재 지분관계에 따라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공시 사례(11월20일 기준) 90건 가운데 공시일(전날 장 마감 공시의 경우 직후 거래일) 종가가 시가 대비 하락했거나 보합인 경우 31건에 달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배정방식보다는 증자 목적이 주가를 가른다고 볼 수 있다"며 "유통주식 증가에 따른 주식가치의 희석 영향보다 증자 이후 투자 효과가 큰 경우 투자해야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IBK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유상증자가 몰리는 이유는 상반기에 중소형주의 주가가 많이 올라 과거에 비해 비교적 적은 수의 증자를 갖고도 납입 자본을 모으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라며 "투자 이외에 운용자금 마련과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공시한 종목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연하·김창영기자 kc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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