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 최악인데… 명분없는 파업에 협력업체 등 피해 우려

■ 현대차 노조 7년만에 '정치파업'
제네시스 'EQ900' 판매 등에 악재로… 피해액수 커질듯
현대차 "손해배상·업무방해 등 모든 법적 조치 취할 것"

현대차 노사 올 임단협 교섭 재개
현대자동차 노사 관계자들이 15일 울산 공장 아반떼룸에서 올해 임단협 교섭 재개를 위한 상견례를 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교섭 직후 16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하기 위해 4시간 파업을 선언했다. /울산=연합뉴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야심작인 EQ900가 인기몰이를 시작했는데 정치파업이라니…."

현대자동차 노조가 15일 약 3개월간 중단됐던 임단협 교섭 재개를 위한 노사 상견례를 하자마자 16일로 예정된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현대차에 비상이 걸렸다. 강성 노조집행부로의 교체와 함께 파업에 들어가는 등 앞으로 순탄치 않은 노사관계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정치파업은 지난달 새 집행부 선거에서 당선된 '강성' 박유기 노조위원장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06년 집행부를 이끌 당시에도 10여차례의 정치파업을 비롯해 모두 40차례 이상 파업을 주도한 강성이다. 특히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의 이유가 노동개혁 반대라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임에도 동참하기로 한 것은 전임 집행부와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앞서 열린 세 차례의 총파업에는 500여명의 지도부만 참여하는 명목상의 부분파업만 벌였다.


현대차 노조의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 참여에 대해 노조 본래의 목적인 임단협은 내팽개친 채 불법파업에 나섰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당장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주요 차량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EQ900'의 사전계약물량이 1만대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액수는 예전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어려운 경제여건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수많은 협력업체의 피해도 우려된다.

현대차가 이번 불법파업에 대해 손해배상 및 업무 방해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 측은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고 파업 참가자에 대해서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면서 "이번 파업으로 조합원들이 입는 경제적 손실은 전적으로 노조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으로 연내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도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업무와 관련 없는 이번 정치파업은 연내 임단협 타결을 어렵게 하는 심각한 해사행위"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노조가 동참하기로 한 민주노총의 4차 총파업은 현대·기아자동차를 포함한 금속노조·건설플랜트노조 등이 주축이 되면서 15만명 이상 참여할 것으로 주최 측은 내다보고 있다. 올해 1차(4월24일)·2차(7월15일)·3차(9월23일) 파업은 각각 2만~3만명을 넘기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번 4차 총파업에 대한 현장 호응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금 인상이나 처우 개선 등 개별 사업장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은데다 불법파업이라는 부담감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대차 노조원 내부에서는 투쟁 기조에서 벗어나 연내 임단협이 마무리돼 연말 성과급 지급 등이 차질 없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 익명의 한 노동전문가는 "대화는 거부한 채 과격한 투쟁만 내세우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현장 근로자들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16일 총파업을 시작으로 오는 19일 3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열고 내년 초까지 비상투쟁 태세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황정원·강도원기자 울산=장지승기자 garde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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