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 서울 동·서 잇는 가교역 끝내다

서울시 "공덕오거리∼서울역∼남대문시장 순환버스 운행"
남대문시장 상인·중구 주민 등은 "찬반투표 하자" 요청

철거 위해 폐쇄 예정인 서울역 고가도로
13일 0시부터 서울역 고가 폐쇄, 서울역 고가차로 폐쇄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11일 차량들이 고가차로 위를 지나가고 있다. 서울역 고가차로는 오는 13일 자정을 기해 45년 만에 폐쇄된다. /송은석기자

서울역 고가가 일요일인 오는 13일 0시부터 폐쇄돼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서울역 고가가 지난 1970년 8월 개통된 지 45년 만이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역 고가는 국내 최대 역사인 서울역을 끼고 퇴계로·만리재로·청파로를 직통으로 이어주는 총길이 1,150m의 고가차도로 1970년 8월15일 개통했다. 당시 서울시가 3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자, 착공한 지 16개월 만에 완공했을 만큼 일대 극심한 차량정체를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준공식에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가 참석해 국가 차원의 큰 관심을 증명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고가를 걸은 후 지난해 10월 시민 걷기 행사가 열리기까지 한 번도 보행로로 개방된 적이 없다는 일화도 전한다.

건설된 서울역 고가는 예상했던 대로 1970~1980년대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남대문시장과 청파·만리동 봉제공장 등 상인들이 물건을 싣고 나르는 데 든든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건설된 지 4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면서 시설이 노후화했고 1998년부터는 총중량 13톤이 넘는 차량이나 건설기계는 통행을 제한했다. 2008년에는 시내버스 12개 노선과 공항버스 1개 노선의 통행도 금지됐다.


2013년에는 감사원 감사 결과 재난위험등급 최하점인 D등급을 받았으며 현재까지 상판 탈락현상 등 안전사고 위험이 높았다. 이때부터 편리하지만 미관상으로는 좋지 않았던 서울역 고가를 아예 철거하고 대체도로를 만들 것인지, 다른 방도로 보완해 사용할 것인지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됐다.

서울시도 명확한 방침을 내지 못한 채 고민하던 중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국 뉴욕을 방문한 후 하이라인파크를 벤치마팅해 서울역 고가 공원화를 중심으로 침체한 서울역 일대를 종합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올해 1월 서울역 고가와 서울역 인근을 통합재생해 지역경제를 부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서울역 고가를 유동인구가 퍼져나가는 물꼬로 활용하고자 17개 지역과 이어지는 17개의 보행로를 신설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번에 고가가 폐쇄된다고 해도 공원화 사업까지는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남대문시장 상인과 중구 주민 등으로 구성된 서울역 고가 대체도로 건설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서울역 고가는 하루 5만대 이상의 차량이 통행하고 서울의 동서를 연결하는 주요 도로이자 인근 상인들의 생계도로 역할을 했다"며 서울역 고가 폐쇄에 반대했다. 주민대책위원회의 정책위원장인 지상욱 새누리당 중구 당협위원장은 "주민 찬반투표를 해서라도 이 문제를 마무리 짓자"고 요청했다.

서울역 고가 폐쇄로 13일 이후부터 기존에 서울역 고가를 이용해 퇴계로로 진입하던 차량은 서울역 교차로에서 직진하거나 숙대입구 교차로에서 좌회전, 한강대로를 따라가 퇴계로로 진입하면 된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수십 배 차량이 많았던 청계천이 몇 달 지나며 안정된 걸 보면 서울역 고가도 생각보다 빨리 안정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초기에는 혼잡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차량 이용자들은 여유를 갖고 이동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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