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큰손인 연기금이 넉넉한 매수 여력을 바탕으로 연말까지 주식시장을 떠받치고 한발 더 나아가 랠리를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 동안 유가증권 시장에서 1,322억원을 순매수하며 같은 기간 1,073억원을 순매도한 외국인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는 연기금의 매매 패턴과 목표치를 볼 때 이 같은 매수 행보가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7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금액은 93조5,000억원인데 8~10월까지 연기금의 국내주식 순매수 규모는 2조7,000억원"이라며 "올해 국내주식 보유 금액 목표치가 103조5,000억원인 점을 볼 때 연말까지 7조3,000억원의 추가 매수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연기금의 투자 집행은 연말에 집중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1~12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는 매년 1조원을 넘겼다. 연기금은 2010년 1조6,641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2조6,803억원(2011년), 1조6,691억원(2012년), 1조 9,506억원(2013년), 1조1,381억원(2014년)을 순매수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1~10월의 순매수 규모가 4조64억원에 그치는 등 전년도 같은 기간(8조2,44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11~12월의 순매수 규모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상반기와는 별개로 연말에는 순매수를 집중하는 것이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연기금은 연말까지 국내 증시에 대한 순매수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으며 증시의 하방 경직성을 높여주는 주요 투자 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말에 수익을 결산하는 연기금의 상황도 이 같은 백기사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말한다.
투자금융(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기금은 결산 시점을 앞두고 수익률을 최대한 내야 하기 때문에 연말에 이른바 '마지막 물타기'를 많이 한다"며 "연말에 연기금이 지수 하단을 받쳐준다는 분석은 일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연기금의 긍정적인 전망도 일조한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1년부터 4년 동안 매년 감소 추세던 국내 기업이익이 올해 드디어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이 같은 국내 기업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고려할 때 현재 주가 수준은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기금의 추가 매수가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가 5조1,445억원에 그치는 등 목표치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매수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지금처럼 2,000포인트를 넘는 상황에서 많은 매수를 하는 것은 부담이 있다"며 "연기금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매수를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하·박준석기자 yeon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