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무작정 브라질로 떠나 직접 만든 노래 클럽서 알리다
보사노바 1세대 아티스트와 작업
브라질 여정 담은 3집 '플로잉' 아리랑 재해석·레게·팝 등
다양한 장르로 스펙트럼 넓혀
"열한 살 때 월드뮤직을 듣게 됐는데 내 손에 닿을 수 없는 곳에 음악이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평생 음악하고 살아야겠다라고 결심했을 때 보사노바가 운명처럼 튀어나왔어요."
1960년대 삼바를 기반으로 브라질에서 생겨난 보사노바는 여전히 우리에게는 '제 3세계'의 낯선 음악이다. 현지에서도 국내에서도 주류 음악이 아닌 보사노바 음악을 6년째 꿋꿋하게 하고 있는 가수 나희경(28·사진). 최근 내놓은 3집 앨범 '플로잉(flowing)'에는 보사노바 외에도 레게 등 다양한 월드뮤직을 담아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다.
한국과 브라질을 5년째 오가면서 음악 작업을 하고 있는 나희경은 국내보다 브라질에서 더욱 인정받고 있다. 그는 6년 전 무작정 리우데자네이루의 클럽을 찾아가 직접 앨범을 돌리면서 자신의 음악을 알렸다. 그러던중 그의 음악을 접한 보사노바 1세대 아티스트 호베르토 메네스칼이 같이 작업을 하자고 제안한 것. 이번 앨범 타이틀 곡 '아까주(Acaso)'도 브라질이 낳은 팝의 거장 이반 린스로부터 곡을 받았다. 그는 "한국에서 국악 같은 전통음악을 하면 '정통' 한국식이 아니면 인정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데 브라질에서는 외국인이 보사노바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닌 '동양 가수의 보사노바' 자체를 인정해줬다"며 "보사노바 1세대 아티스트들이 이제 반 이상은 돌아가셨는데 호베르토 메네스칼 같은 전설의 아티스트를 만나고 함께 작업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이라고 전했다.
이번 3집 앨범은 5년간의 브라질 여정을 정리하는 작업이자 나희경만의 보사노바를 규정하는 작업이다. 나희경은 "5년 간 브라질을 오가면서 음악을 하면서 내가 희망했던 것은 팝을 불러도 가요를 불러도 나희경에게는 보사노바의 향이 난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었다"며 "보사노바라는 틀을 깨고 다시 보사노바에 대한 나의 느낌으로 만들면서 뮤지션으로서 처음 만족한 게 이번 앨범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전에는 '보사노바'의 전형을 추구했다면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는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몸 가는 대로 본능에 의지하면 무엇인가 '리얼한' 것이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작업했다"며 "계획 없이 가장 와 닿는 곡을 선정하고 장르도 보사노바에 한정하지 않았고 팝적인 곡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리랑을 재해석한 '아리랑 위드 브라질리언 사운드'라는 곡에는 보사노바 뮤지션과 한국인 뮤지션으로서의 고민을 담았다. 나희경은 "브라질 사람들 중에는 한국사람을 본 게 제가 처음인 경우가 많을 정도로 한국도, 한국 음악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브라질 사람들이 모두가 따라 부르는 '걸 프롬 이파네마(The Girl From Ipanema)'와 아리랑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을 소개하는 강연을 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DJ같이 나긋나긋한 나희경의 목소리. 카페에서 듣기 편하고 담백한 보사노바 리듬과 그의 목소리는 딱 맞는 조합으로 들린다. 나희경은 "보사노바는 리듬이 엇박자로 가면서 그 리듬 사이 사이에 보이스가 살짝살짝 들어가고 또 그 보이스가 리듬 위를 노니는 듯한 음악"이라며 "또 흐르는 물이 높은 곳을 만나면 위로 살짝 올라가고 낮은 곳을 만나면 살짝 내려가듯 그런 자연스러움이 보사노바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한편 나희경은 오는 31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3집 발매를 기념해 '플로우(FLOW) : 몰입'이란 타이틀로 공연한다.
/연승기자 yeonvic@sed.co.kr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