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는 매일같이 수많은 종목에 대한 다양한 투자의견과 분석을 담은 수백건의 증권사 리포트들이 쏟아져나온다. 물론 지금은 증권사 리포트의 신뢰도나 위상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거나 관심 가는 종목에 대해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리포트를 꼼꼼히 읽고 투자에 참고한다. 때문에 증권사 리포트에는 어김없이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연구원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다.
하지만 대신증권은 최근 모든 리포트에서 연구원들의 전화번호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대신증권이 연구원들의 전화번호를 리포트에서 삭제하게 된 데에는 지난 9월 한 코스닥 종목에 대한 매도 리포트가 발단이 됐다. 대신증권의 한 연구원은 코스닥 A기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시장수익률(마켓퍼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절반 이하로 낮췄다. 사실상 매도 의견이었다. 공교롭게도 리포트가 나간 당일 해당 종목의 주가는 20% 넘게 곤두박질쳤다.
주가 폭락에 성난 개인 주주들은 리포트를 작성한 연구원은 물론 이 증권사의 리서치센터로 항의 전화를 걸었고 일부 과격한 투자자들은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로도 며칠간 리서치센터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결국 대신증권은 리포트에서 연구원들의 전화번호를 모두 삭제했다. 이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의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여야겠지만 협박성 항의전화가 폭주한 탓에 부득이하게 연구원들의 연락처를 지웠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도 리포트' 문화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준다. 투자들도 자신이 보유한 종목에 대한 증권사의 부정적 의견에 무조건 반발하기보다는 더 큰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