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인상주의 풍경화


서양에서는 풍경화가 동양의 산수화에 비해 훨씬 늦은 17~18세기에야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양인들은 사람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기독교가 지배했던 중세만 해도 자연풍경을 싫어해 숲 속에 무서운 괴물이 산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였다. 그랬던 풍경화가 당당하게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데는 과학의 발전도 한몫을 했다. 빛을 탐구하는 광학기술의 발달은 화가들에게 빛과 자연을 관찰하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다줬다. 이에 따라 답답한 아틀리에에서 벗어나 튜브형 그림물감과 접이식 이젤을 들고 투명한 햇빛으로 가득한 풍경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1872년 클로드 모네는 해가 막 뜨는 순간 받은 강렬한 인상을 묘사한 '인상·일출'을 선보였다. 당시 비평가들은 화가의 본분을 저버린 자격 없는 작품이라며 비판했고 그에게 '인상파'라는 조롱을 퍼부었다. 바로 오늘의 인상파가 생겨난 이유다. 모네의 '수련' 연작은 빛을 받으면 수천 번이나 변하는 자연의 비밀을 연구해온 평생의 집념이 담겨 있는데 얼마 전 한 경매에서 3,385만달러(385억원)에 낙찰됐다고 한다. 빈센트 반 고흐도 1888년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친구인 폴 고갱과 함께 머물며 빛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담아낸 '랑글루아 다리'라는 걸작을 창조해냈다. 후대 비평가들은 '빛의 시대'를 열어젖힌 인상주의에 대해 풍경화로 시작해 풍경화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다.

이런 인상파의 풍경화를 한자리에 모은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가 오는 19일부터 내년 4월3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회에서는 귀스타브 쿠르베의 풍경화를 비롯해 에두아르 마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유화 70여점이 선보인다. 누군가는 "풍경화가 가장 어려운 예술"이라고 단언했다. 모두에게 친숙한 것들로부터 새로운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19세기 인상파들이 시대를 초월해 사랑을 받는 이유일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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