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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3·4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6분기 만에 0%대 성장을 벗어나는 것이다. 오는 1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4개월째 1.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은의 내년 경제전망과 소수의견 등장 여부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페루 리마를 방문한 이 총재는 10일(현지 시간) 기자간담회에서 "3·4분기 경제성장률이 기존에 전망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지난 7월 발표한 전망치는 1.1%"라고 말했다. 그는 "3·4분기 성장률이 1%대를 넘으면 4·4분기에는 그 이상 올라가는 게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은이 15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2.8%가 유지되거나 0.1~0.2%포인트 수준에서 소폭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경제성장률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7월 한은이 발표한 내년 성장률 전망은 3.3%로, 4월(3.4%)에 비해 0.1%포인트 낮았다. 최근 소비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3%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지만 대부분의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2%대 중후반을 예상하고 있다. 기존 3.3%에서 2%대로 낮출 경우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이 총재는 내년 물가에 대해서는 "국제유가가 더 하락했지만 달러화는 강세를 보여 상쇄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최근 전망치 1.8%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정 경제전망이 발표되는 날 열리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편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일러야 12월로 예상되고 내년 3월이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어 '시간을 번'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를 추가로 내려 경기회복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게 나온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기준금리를 1~2차례 추가인하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9월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을 뒤로 미루고 동결하자 해외 투자은행(IB)들을 중심으로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또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는 7일 "미국 금리정책과 독립적으로 경기 및 인플레이션 등 우리의 경제상황을 감안해 수행해야 한다"며 통화정책의 유연한 대응을 주문했다.
한은의 내년 성장전망이 예상보다 낮고 이날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개진될 경우 추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10월27일 개최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이 다시 한번 연기되면 한은을 향한 금리 인상 요구는 더 거세질 수 있다.
다만 이 총재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일관되게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금리 수준과 시중 통화량은 경기회복을 뒷받침할 만큼 완화적"이라며 10월 금리 인하설에 부정적인 뜻을 비쳤다. 5일 국정감사에서도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에 따른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런 주장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고 답했다. 9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대체로 추가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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