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내년 봄 가뭄 최악 상황도 상정해야

가뭄 10년간 이어진다는 전망도


계절의 흐름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지난주 말 내내 내렸다. 가을비답지 않게 4일간 이어진 비가 반가웠던 것은 전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종 매체뿐 아니라 온 국민이 '단비'라고 환영했다. 바닥을 드러낸 채 쩍쩍 갈라져가던 보령댐에도 제법 물이 고인 모습이 비치기도 하고 농부가 "마늘 농사를 포기할 판이었는데 진짜 고마운 비"라며 환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리고 급수 차량이 실어 나르는 물을 먹던 전국의 산골 마을이나 섬마을에서도 자체 급수로 고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도 하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딱 그만큼만이었다. 1973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평균강수량으로 전국의 다목적댐 저수율이 여전히 예년의 60%대 초반에 그칠 정도다. 물 사정이 그렇게 좋지도 않았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사정은 더욱 나빠져 전국 18대 다목적 댐 중 아직 절반 정도의 댐 수위가 현재 위험 수위를 오가고 있다. 이번주 말에도 비가 온다고는 하지만 강우량을 섣부르게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비가 오더라도 앞으로 계절적 특성상 연내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이달 초 국회에 출석해 좋지 않은 장기 전망을 내놓았다. 일 년 중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내년 6월 장마까지 기다려야만 제대로 가뭄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엘리뇨 현상에도 이번 가을과 겨울에 내리는 비가 해갈에 필요한 부족량(400㎜)의 절반도 채우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는 있지만 내년 봄 가뭄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것은 일치된 관측이다. 여기에 이번 가을비를 포함해 올해 전체 강수를 분석해도 그렇듯이 이제는 '게릴라식 폭우' 못지않게 '게릴라식 가뭄'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지역별 편차가 심각하다. 기상청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받아들여 최근 수년째 이어지는 가뭄 현상의 근본 원인과 지역별 가뭄 편차를 분석해 새로운 예측 모델을 만들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가뭄 현상이 올해나 내년 정도에 제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2~3년을 주기로 나타나던 가뭄이 2006년 이후 10년 동안 거의 매년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10년 정도는 가뭄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장기 전망까지 나와 있다. 사태가 이 정도면 가뭄에 따른 물 부족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노력도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11일에도 전국 다목적댐 용수개발사업 지원과 4대강의 공주보와 예당저수지를 잇는 도수로 공사에 415억원을 투입하는 등 2,000억원 규모의 가뭄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상시화·고착화하고 있는 가뭄 대책이라기보다 미봉(未捧)에 가깝다. 그나마 가뭄이 심각한 충청 서부 지역에 금강 물을 공급하는 도수로 공사도 내년 2월에나 완공된다니 하는 말이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이미 1990년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했으며 2025년에는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 지난달 우리 정부가 내놓은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서도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1억6,000만∼4억6,000만톤의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물을 물 쓰듯 하는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종합적인 물 관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4대강 본류 16개의 보에 들어 있는 7억톤 이상의 물을 활용하기 위해 4대강의 지류와 지천에 대한 정비도 해야 한다. 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바닷물을 식수화하는 방안도 기술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선진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싸게 공급하고 있는 수도요금 체계 전반도 재검토하고 물 절약 캠페인을 벌여서라도 계속 늘고 있는 1인당 물 소비를 줄여가야 한다. 국가의 근본인 치수 정책이 21세기 이후 기후 변화와 함께 가뭄에 대비한 물 관리 대책으로 바뀌고 있다.

/온종훈 논설위원 jho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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