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풀리는 이란시장 선점하자] 경쟁국 업체들 움직임은

日 담배회사 이란업체 인수 나서


18일(현지시간)부터 이란과 주요6개국(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핵 합의 이행 절차에 들어가면서 다시 열리는 중동 최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일본과 유럽 기업들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담배 회사인 재팬타바코인터내셔널(JTI)이 이란 담배 회사인 아리안타바코산업(ATI) 인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인수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JTI 측은 "많은 기업들이 이란 경제 제재 해제를 앞두고 현재 이란에 투자하거나 재투자에 나선 상황"이라며 "우리는 이란 기업 인수를 통해 향후 몇 년간 이란에서 사업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달 초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산업박람회에서도 일본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감지됐다. 박람회에는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18개의 일본 민간기업이 참여했다. 박람회에서 신일철주금은 석유·천연가스 플랜트에 필요한 파이프를 소개하고 일본 전자업체 NEC가 네트워크 장비 등을 선보이며 이란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일본과 이란 양국 간 투자 협정도 지난 12일 체결된 상태로 양국은 경제협력·환경·의료·무역투자 등 여러 분야에 관해 협력하기로 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도 중동 최대 시장인 이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월20일 스테판 르폴 프랑스 농업부 장관과 주요 기업 100여개사 등 프랑스 정부와 기업 대표들이 프랑스와 이란의 통상 관계 복원을 위해 이란을 방문했다. 경제 대표단에는 세계적 석유회사인 토탈,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완성차 업체 푸조 등 프랑스 대기업과 농업·금융·의약·건설 기업 등이 참여하며 프랑스 기업들의 이란 시장 진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미 프랑스 유명 호텔그룹인 아코르그룹은 이번달에 이란 내 호텔을 열기로 한 상태다. FT에 따르면 아코르그룹은 제재 해제 이후 이란으로 몰릴 관광객 수용을 위해 이란에 유명 체인인 그룹의 이비스와 노보텔 호텔을 개관하기로 했다. 세바스티앙 바쟁 아코르 최고경영자(CEO)는 "이란 시장에 매우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왔다"며 "향후 10년간 이란에 100개의 호텔을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독일 역시 9월 석유·가스·화학·자동차 부문 등의 기업들을 대표하는 경제 사절단이 테헤란과 이스파한을 방문한 바 있다. 독일이 '히든 챔피언' 강국인 만큼 사절단은 주로 중소기업 대표들로 이뤄졌으며 이는 이란 경제 제재 해제 이후 본격적으로 이란 시장 진출에 나서기 위한 독일의 발판 다지기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스페인과 오스트리아의 경제 사절단 역시 테헤란을 방문하며 이란 시장 진출에 관심을 드러냈다.

한편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이란 경제 제재 해제의 승자(winner)로 유럽연합(EU)의 자동차 기업들과 보잉·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업체들을 꼽았다. 이란이 향후 10년간 400대의 항공기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이란 수요가 늘어나 이들 업체가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이란산 원유와 피스타치오 수출이 늘어나면서 러시아 원유 업체들과 미국 캘리포니아 등의 피스타치오 재배 농장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포춘은 내다봤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