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쇼핑시즌을 맞아 승승장구해야 할 면세점 관련주들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 수가 늘어나면서 출혈경쟁 우려로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던 가운데 중국 정부가 자국 면세점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 면세점 관련주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 데 기여했던 외국인이 '투매'에 가까울 정도로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 3일 이후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호텔신라는 8일 이후 4거래일 내리 하락하고 있다. 두산과 하나투어는 각각 2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신세계는 이날 전날 대비 3.51%(8,500원) 내려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1년간 주가를 살펴보면 주가 하락폭이 상당하다. 호텔신라의 이날 종가는 7만9,000원으로 52주 최고가(14만3,000원) 대비 44.76%,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52주 최고가(9만4,800원)보다 57% 떨어졌다. 두산도 52주 최고가(14만8,000원)보다 34.19% 하락했다.
면세점 관련주들은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올 하반기 승승장구했지만 출혈경쟁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주가가 하락일로를 걷고 있다. 시내 면세점이 기존보다 3개가 늘어난데다 5년 단위로 면세점 사업자로 재선정되기 위해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5년 뒤 면세점 사업권을 재입찰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들은 신규 진입자들의 도전을 막아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결국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도 면세점 사업자들이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 외국인은 11월부터 이날까지 호텔신라를 2,600억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1,943억원, 두산은 537억원 순매도했다. 신세계의 경우 최근 3일 동안 52억7,911만원어치를 팔아치운 상태다.
이준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투자가들이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면세점 사업 경쟁 심화 우려가 불거지자 주식을 대거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이 자국 면세점 키우기에 나서면서 추가하락 가능성도 높아졌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달 국무원 회의에서 내국인용 면세점 확대를 시사했고 중국 재정부는 전날 고가품과 일용품 등 27개 품목의 수입관세를 내년 초부터 절반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유통 섹터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중국인들이 해외 면세점 쇼핑을 줄일 경우 국내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면세점 시장 재편 이후 우위를 점하는 사업자가 나올 때까지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영기자 kc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