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늬만 회사차' 탈세 막으라 했더니 개악한 정부

정부가 이른바 '무늬만 회사차'에 대한 세금혜택을 없앤다며 마련한 세법개정 수정안이 국회로부터 다시 퇴짜를 맞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회사차 구입·유지비의 50%를 경비로 처리하는 세법개정안을 내놓았다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 회사차 구입비에 대해 매년 1,000만원까지만 경비 산입을 허용하는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재수정을 요구 받은 것이다.

수정안 내용을 보면 정부가 세금 누수를 막기는커녕 결국 탈세를 인정해주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받는다. 수정안대로라면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구입비 전액에 대해 경비 처리가 가능하다. 현행법상 회사차 구입비는 매년 20%씩 5년에 걸쳐 경비 처리할 수 있다. 반면 수정안은 2억원짜리 자동차의 경우 20년에 걸쳐 경비 처리하면 된다. 물론 20년간 같은 자동차를 타는 대신 평균 5년 후 중고차로 처분하고 새 차로 갈아타는 게 일반적이다. 수정안의 문제는 중고차로 처분하는 일반적인 경우에도 지금처럼 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억원짜리 자동차를 샀다가 5년 뒤에 1억원을 받고 중고차로 파는 경우 현행법상으로나 수정안대로나 1억원까지 경비 처리하는 것은 같다. 경비 처리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날 뿐이다.

우리 사회가 세법개정을 요구한 것은 비싼 외제차를 개인용도로 쓰면서도 회사차로 둔갑시켜 탈세하는 비상식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회사차로 인정해도 좋을 만큼 적당한 가격대를 정해 그 한도까지만 경비 처리를 해주면 된다. 이미 다수의 국회의원이 3,000만~5,000만원의 한도를 제시했으니 공론에 부치면 된다. 정부는 한도를 정할 경우 국산차만 혜택을 받아 통상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지만 국산차 중에도 비싼 차는 많은 만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무늬만 회사차 문제의 본질은 탈세다. 해결의 초점은 탈세 방지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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