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병자' 아르헨티나에 보호무역과 복지확대를 상징으로 하는 좌파시대가 막을 내리고 자유시장경제를 기치로 내건 우파정권이 정식 출범했다.
아르헨티나 상류층 집안 출신으로 우파 야당에서 출마해 당선된 마우리시오 마크리(56) 신임 대통령은 10일 공식 취임해 정권을 출범시켰다. 마크리 대통령은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취임식 선서에서 "꿈이 실현됐다"며 "이 정부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자유를 보호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서 직후 국회연설에서 "나는 항상 국민에게 정직할 것"이라며 "정직은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의 거대함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당시 발표된 경제수치를 거론하며 "우리 경제에 대한 거짓말이 아르헨티나의 명성을 더럽혔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책임지게 된 알폰소 프라트가이 신임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정부 재정상태를 점검한 후 경제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마크리 대통령 취임으로 아르헨티나에서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경제파탄을 몰고 온 12년간의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전했다.
외부 환경은 일단 마크리 정부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남미 좌파 정권이 잇따라 몰락하면서 외국 자본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채권값은 지난 6일 의회선거에서 야당인 우파가 16년 만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급등했다. 글로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아르헨티나지수는 마크리의 대선 승리 전망으로 운용자산이 크게 늘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가 시작되면서 브라질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돈이 몰렸다.
하지만 취임식 때의 축제 분위기와 달리 마크리 대통령이 앞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외신들은 당장 마크리 정부가 미국 헤지펀드와의 법적 분쟁을 해소할 입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와의 분쟁 때문에 정부의 글로벌 자금 차입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경제난 극복도 큰 과제다. 아르헨티나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3.1%나 줄었다. 이는 남미국가 가운데 최악의 수치다. 물가상승률 역시 하이퍼인플레이션 수준인 25%에 달한다. 마크리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2년 내 인플레이션을 한자릿수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마크리 정부는 우선 소비촉진을 위해 중산층과 빈곤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어 통화통제를 중단해 자국 통화인 페소화의 평가절하를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아르헨티나 최고 인기축구팀 보카주니어스 구단주까지 지냈던 마크리 대통령이 친부자·친기업 정책을 펴면서 중산층과 빈곤층이 소외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그가 취임연설에서 "우리 정부는 모든 사람을 돌볼 것"이라며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특히 극빈자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겠다"고 말한 점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마크리 대통령에게 표를 주지 않은 49%의 국민을 어떻게 달래느냐가 아르헨티나에서 12년 만에 집권한 우파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