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향연’ 연출 맡은 디자이너 정구호 “韓무용 종합세트 같은 작품”

궁중·종교·민속무용에 태평무까지-한국 전통춤 12개 사계절에 담아 옴니버스로 풀어내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사진·휠라코리아 부사장)가 단(壇·2013), 묵향(2013)에 이어 또 한 번 ‘전통무용의 현대적 재해석’에 도전한다. 12월 개막할 국립무용단의 신작 ‘향연’(饗宴)의 총연출로서, 전통춤 대가와의 색다른 무대를 준비 중인 그는 “향연은 국내는 물론 해외 관객이 ‘한국 무용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받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정 연출은 17일 열린 향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전통적인 한국 무용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조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만들어 가고 있다”며 “조흥동, 김영숙, 양성옥 등 전통춤 대가의 참여 속에 새로운 한국무용을 보여줄 무대가 마련된 것 자체가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향연은 정 연출이 먼저 국립극장에 아이디어를 제안해 무대에 오르게 됐다. “3년 전 국립무용단이 전통 무용을 엮어 만든 ‘코리아 환타지’를 본 뒤 한국 무용의 매력에 빠졌어요.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면 충분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에 먼저 제안을 드렸죠.” 코리아 환타지는 국립무용단이 7~8분 분량의 다양한 민속무용 작품을 엮어 만든 작품으로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공연됐다.
‘특별히 융숭하게 손님을 대접하는 잔치’라는 뜻의 향연은 한국을 대표하는 12개의 전통춤을 사계절에 담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준다. 1막(봄)은 연회의 시작을 알리는 궁중무용, 2막(여름)은 기원의식을 바탕으로 한 종교무용, 3막(가을)은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다양한 민속무용으로 이뤄져 있다. 마지막 4막(겨울)에서는 태평무를 배치해 태평성대를 바라는 마음을 강조한다. 정 연출은 “한국의 무용이 꼭 풍류만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염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봐 마지막을 태평무로 장식하기로 했다”며 “조흥동 안무가께서 새로운 태평무를 창작해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춤이 주역인 공연을 올리고 싶다’는 정 연출의 바람은 무대나 의상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춤 이외에 시선과 집중력을 빼앗는 모든 것을 덜어낼 계획이다. 그는 전통무용의 가장 큰 특징처럼 여겨 온 오방색도 해체했다. 예컨대 태평무 의상을 모두 빨강과 파랑 계열로 정리하고 무대 장식으로 노랑과 검정 등을 사용해 무대 전체를 오방색으로 완성하는 방식이다. 음악 역시 기존 춤곡에 장단만 남겨 놓고 다시 편곡했다.

정 연출은 전통을 새롭게 창조하는 작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전통의 현대화가 국적불명의 작품을 낳는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그는 “한 나라의 문화가 발전하려면 전통을 고수하고 지키는 사람, 전통을 현대에 맞게 응용하는 사람, 그리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창작하는 사람의 활동이 모두 활발해야 한다”며 “한국은 첫 번째, 세 번째 부류의 사람은 많지만 두 번째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똑같은 전통이라도 새로운 해석을 반영한 작품이 시대별로 계속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한국무용도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는 현대적인 재해석이 필요하고, 그 작업 중 하나가 향연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2월 5~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사진=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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