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급 허리케인 퍼트리샤… 가뭄… 폭우… 지구촌 뒤흔드는 슈퍼 엘니뇨

퍼트리샤, 엘니뇨탓 급속 발달… 올 초강력 허리케인 무려 9개

수십년 만에 몰아닥친 슈퍼 엘니뇨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멕시코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퍼트리샤'에 영향을 준 것은 물론 전 세계에 가뭄과 폭우 등 기상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2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퍼트리샤가 불과 30분 만에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발달한 것은 슈퍼 엘니뇨 때문으로 분석된다. 퍼트리샤는 지난 21일 밤까지만 해도 풍속이 시속 100㎞를 넘는 정도의 열대성 폭풍이었지만 23일 새벽께 최고 풍속이 320㎞에 달하는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발달했다. 전문가들은 엘니뇨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해 공기 중 수분이 많아지면서 단시간에 괴물급 허리케인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로버트 로저스 박사는 "퍼트리샤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위력을 키웠다"며 "퍼트리샤가 급속도로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발달한 것은 강력한 엘니뇨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초강력 허리케인은 퍼트리샤까지 총 9개로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풍속이 시속 254㎞를 넘는 초강력 태풍과 허리케인은 한 해 평균 5∼6개가 발생하는데 올해는 두 배 가까이 생긴 셈이다.

이 밖에도 슈퍼 엘니뇨로 인한 몸살은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서 날로 심해지는 스모그와 동남아 지역의 커피·코코아 등 작황 부진, 호주·미국·남아메리카 국가들의 극심한 가뭄과 홍수 등이 모두 슈퍼 엘니뇨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뜨거운 날씨로 스모그가 심해지면서 올해만도 12만5,000명이 대기질 악화에 따른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이번 슈퍼 엘리뇨는 1950년 이후 발생한 엘니뇨 중 역대 4위 안에 들 정도로 강력할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 더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 이제까지 가장 강했던 엘니뇨는 1997~1998년에 발생한 것으로 당시 가뭄과 홍수 등으로 전 세계에서 최소 3만여명이 숨졌고 총 1,000억달러 정도의 피해를 당했다. 엘니뇨는 남아메리카 페루 부근 태평양 적도 해역의 해수 온도가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섭씨 2~10도 이상 높아지는 이상고온 현상을 말한다. /최용순기자 sen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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