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의 '재송신 분쟁'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들이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재송신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조되는 풍토에서 지상파방송의 주장은 다분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직접수신이든 유료방송이든 편리한 방법을 선택해 지상파방송을 시청해온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재송신 중단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국민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아온 지상파방송사가 돈을 더 벌기 위해 시청편익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법원은 지상파방송의 저작권리 보호를 중심으로 판단했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바뀌고 있다. 지난 10월16일 서울남부지법은 방송의 공적 책임을 강조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재송신 분쟁을 '저작권 행사'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방송의 공적 책임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재송신 중단보다 당사자 간 협상과 재송신 제도개선 등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업자 간 협의나 법원의 판결로는 부족하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이 더해져 갈등을 더 줄여야 한다. 우선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운영 중인 재송신전문가협의체를 통해 갈등조정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사업자 간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정부가 합리적 근거에 입각한 재송신료 산정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실효적이다. 또 의무재송신 제도를 개선해 블랙아웃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이번에 남부지법은 케이블사의 지상파 재송신이 영리행위라 해도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시청하도록 지상파방송 보급에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9월 울산지법 판례에서도 지상파의 저작권과 별개로 케이블 재송신에 의한 지상파의 부당이득(전송료) 반환 의무가 인정되기도 했다. 법적 근거가 확보된 저작권료와 전송료 이 두 개념을 정리해 상계한다면 합리적인 재송신 대가를 도출해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재송신 분쟁에서의 상식은 사업자가 아니라 시청자의 것이어야 한다.
김희경 한림대 ICT정책연구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