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별들의 골프축제… 가슴이 뛴다] 품격 있는 갤러리가 명품대회 만든다

■ 경기관람 에티켓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3라운드


최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GC에서 끝난 프레지던츠컵(미국-세계연합 남자프로골프 대항전)은 스타선수들의 명승부뿐 아니라 성숙한 관전문화로도 화제였다. 사진촬영이 허용된 연습 라운드 때는 과열된 사인요청까지 더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있었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경기를 방해할 정도의 극성 갤러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휴대전화는 내립시다" "선수 먼저 이동하게 합시다" 등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갤러리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등 국내 남녀 투어가 활성화된 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인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등 국제대회까지 충분히 경험한 영향으로 보였다.


프레지던츠컵 세계연합팀의 수석부단장을 맡은 최경주(45·SK텔레콤)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KPGA 투어 대회에서 유례없는 '실험'을 했던 적이 있다. 2011년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휴대폰 소음 없는 대회' 캠페인을 진행했고 이듬해는 '담배 연기 없는 대회'를 추진했다. 2012년 대회 때 갤러리들은 임시보관소에 휴대전화와 담배·라이터를 맡기고 대회장에 들어갔다. 캠페인에 동참한 갤러리에게는 작은 선물이 돌아갔다. 최경주는 당시 "강요는 아니다. 선수들과 다른 갤러리들에 대한 배려를 위함"이라며 "선수와 다른 갤러리들에 대한 이런 배려가 곧 존중이고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했다. "프레지던츠컵에 대비해 바람직한 관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함도 있다"던 최경주는 프레지던츠컵 뒤 갤러리들에게 거듭 감사인사를 전했다.

프로골프대회에서 최대 골칫거리는 벨 소리·카메라 셔터 소리 등 휴대전화 소음과 담배 냄새다. 프레지던츠컵의 경우 외국선수들과 외국인 갤러리가 많았기 때문에 조용하게 치러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국인이 우리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에 유독 신경 쓰는 한국인의 특성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투어 대회에서는 여전히 선수들의 플레이와 갤러리의 편안한 관전을 가로막는 행동들이 드물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골프대회 관전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은 휴대전화 소음을 자제하는 것이다. 꺼 놓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반드시 진동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전화가 왔을 때 조용한 목소리로 받으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갤러리가 일부 있겠지만 선수들은 들릴 듯 말 듯 미세한 소리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집중력을 극도로 끌어올린 채 한 샷 한 샷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 안에서는 전화가 오면 즉시 통화거부를 누르고 그늘집 등 멀리 떨어진 곳을 찾아 확인하는 게 매너다. 사진촬영은 선수들이 어드레스에 들어간 뒤로는 스스로 엄금해야 한다. 좋아하는 선수를 카메라에 담고 싶다면 코스를 걸어갈 때나 티잉그라운드에 대기하고 있을 때 찍으면 된다. 경기를 다 마치고 선수가 클럽하우스 주변에 있을 때는 사인도 받을 수 있으니 이때 사진촬영도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같은 여자 대회에서 특히 주의할 것은 담배다. 대회장에 가보면 선수들이 바로 옆에서 경기하거나 연습하고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는 갤러리가 꽤 있다. 최경주는 "나도 미국 가기 전에는 하루에 담배를 세 갑씩 피웠다. 지금은 담배를 끊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안 피우는 사람들한테는 담배 연기가 얼마나 불쾌한지 알겠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담배는 코스 근처에서는 피하고 가족 단위 갤러리도 많으니 항상 주위를 살피는 배려심이 요구된다.

가족 단위 갤러리는 관전보다 아이들 통제를 먼저 신경 써야 하며 다음 홀로 옮길 때는 선수들이 먼저 지나간 뒤 움직인다. 부득이하게 앞쪽에 나가 있을 때는 선수가 샷 할 때까지 기다리며 선수들이 친 공은 어떤 경우에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열렬한 응원도 좋지만 샷이 떨어지는 지점을 확인한 뒤 "굿 샷"을 외치는 수준 높은 관전도 이제는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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