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휴정PD의 Cinessay] '죽은 시인의 사회'

'카르페 디엠' 키팅 선생님이 남긴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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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없는 인생은 앙꼬없는 찐빵이다. 감동은 어디서 오는가. 희생, 헌신, 열정, 신념, 실력, 노력, 도전, 사랑 등을 통해 우리는 감동을 느낀다. 감동을 주는 사람들은 '계산하지 않은 자신만의 길'을 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 때문에 삶이 고단하다. 기성세대의 기준으로 보자면 실패의 확률도 높은 편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남들 사는대로 살라고 한다. 시(詩)쓰는 아이보다 수학 잘하는 아이를 백배 더 자랑스러워하고 아이의 꿈이 '돈'이 되는지를 저울질하며 인생을 안내한다. 그러나, 세상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삶에는 중요한 한가지가 빠져있다. 바로 '행복'이다. 감동없이도 살수는 있지만 감동없는 행복은 없다. 영원히 산다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아보겠지만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단 한번 뿐인 인생을 이렇게 어영부영 보낼 수는 없는데…. 내가 태어난 소중한 이유가 한가지는 있을텐데…. 이렇게 삶에 대한 의미와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는 '죽은 시인의 사회'(1990년작)의 존 키팅 선생님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비리그 진학률 70%이상을 자랑하는 전통의 명문고등학교 웰튼에 존 키팅(로빈 윌리암스)선생님이 부임한다. 키팅 선생님은 자신을 '캡틴 나의 캡틴'으로 부르게 하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키팅 선생님은 학교와 부모의 권위에 짓눌려 자신의 생각은 필요없다고 느끼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결정한 것만이 가치있다고 강조하며 때로는 교과서를 찢어버리게까지 하는 파격을 보인다.


특히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은 키팅 선생님의 철학을 한마디로 전달하는 암호였다. 자신만의 독특함을 찾아 남들과 다르게 살라고 강조하는 선생님을 통해 학생들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창립 멤버였던 키팅 선생님처럼 비밀 서클 조직을 만들고,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과감하게 다가가기도 하고, 특히 닐은 가장 하고 싶었던 연극에 도전한다. 하지만 완강한 부모를 설득하지 못한 닐은 자신의 꿈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고 자살을 선택한다.

키팅선생님은 끝까지 닐에게 부모님을 설득하라고 말했음에도 모든 책임을 지고 학교를 떠나게 된다. 하지만 키팅선생님이 떠나는 날, 학생들은 선생님이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라'며 알려준대로 책상위로 올라가 존경심을 표한다. 비록 학교는 떠나지만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이 깊이 자리잡은 것이다.

내일은 수능일이다. 많은 청춘들이 인생의 한고비를 넘기는 날이다. 혹시 미래에 좌절하고 있는 청춘들을 만난다면 우리가 키팅선생님이 되어주는 것은 어떨까. 무조건 잘될거라는 영혼없는 위로는 답이 아니다. 우리가 해야할 말은 어렵지 않다. 영화에서 키팅선생님이 다 이야기해주셨다. "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의 걸음으로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의학, 법률, 경제, 기술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기위해 필요한 것들이지만, 詩, 미(美), 낭만, 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려는 '목적'이다. 어떤 사실을 안다고 생각할 때는 각도를 다르게 하면 또다른 것들이 보인다. 삶이 아닌것을 모두 뿌리치고 삶이 다했을 때 후회하지 말라."

쓰다보니 이 말은 청년들뿐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꼭 필요한 격려였다. 까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조휴정 (KBS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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