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살린다는 명분 아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경제계에 지나친 간섭과 강압적 요구를 일삼는 데 대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기업들에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설비투자 증액 예상치까지 요구하는 아베 총리의 강압적인 자세는 정부와 재계의 '협조' 차원을 넘어선 명백한 '경제개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26일 '1억총활약사회' 실현을 위한 긴급대책의 일환으로 최저임금 연 3% 인상과 저연금 수령자에 대한 월 3만엔 급부금 지원 등 일련의 조치를 발표했다. 기술적 침체에 빠진 경제의 회생에 필요한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 약속을 끌어내기 위해 현행 32.11%인 법인세율을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중에 20%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부처에 지시했다. 1억총활약사회란 아베 총리가 '50년 뒤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고 모든 국민이 활약하는 경제사회'라는 의미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제시한 중장기 비전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600조엔 △출산율 1.8 △간병이직 제로 등이 목표로 제시된 바 있다.
하지만 목표달성을 위한 아베 총리의 '밀어붙이기식' 대책에 각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에 대한 개입과 압력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정부와 재계 간 대화의 장으로 지난달 창설한 '관민대화'의 경우 26일까지 세 차례의 회동이 이뤄졌는데 이 자리에서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임금인상 및 설비투자 요구가 강도 높게 이어졌다. 지난달 5일 2차 회동에서는 "다음 회동까지 구체적인 투자 전망치를 제시하라"는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재계 대표 단체인 게이단렌은 당초 개별 기업들의 경영판단에 맡겨야 할 투자 계획을 일괄적으로 내놓기 곤란하다는 입장이었으나 법인세 감세 카드를 내밀며 압력 수위를 높이는 정부의 요구에 결국 "3년간 10조엔"이라는 목표치를 26일 제시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화답하듯 법인세를 20%대로 낮추는 시점을 재무성이 제시한 2017회계연도에서 2016년도로 앞당길 것을 지시했으나 기업들의 투자와 맞바꿔 재원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세에 속도를 내는 데 대해서는 자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편 이날 발표된 일본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동기 대비 0.1% 하락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으며 가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나 감소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