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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은행 '써니뱅크'
상담원과 영상통화 후 계좌부여… 빅데이터로 5분내 대출 가능해져
● 스마트 점포 '디지털 키오스크'
정맥인증 거치면 통장·카드발급
전국 24대 시범 운영… 내년 확대
"언제 어디서나 은행업무 가능" 모바일 은행 쟁탈전 치열해질 듯
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기존 ATM보다 조금 큰 크기의 디지털 키오스크에 신분증을 넣자 신한은행 직원과 자동으로 영상통화가 연결됐다. 임 위원장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이름과 생년월일을 또박또박 말한 뒤 손바닥을 기기에 갖다 됐다. 손을 대는 것으로 정맥인증을 통한 본인 확인 절차가 마무리됐다. 임 위원장이 일회용 비밀번호생성기(OTP)카드를 선택하자 디지털키오스크 투입구에서 OTP카드가 툭 하고 나왔다. 은행 업무가 자판기에서 음료를 사는 것처럼 진행된 셈이다. 임 위원장이 OTP카드를 받는 데 걸린 시간은 2분 남짓에 불과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디지털 키오스크에서 국내 1호로 정맥인증과 영상통화 방식의 비대면 실명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신한은행의 계좌를 개설했다.
◇무인 점포에서 107개 거래 가능=신한은행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의 두 축은 무인 스마트 점포 '디지털 키오스크'와 모바일 전문은행인 '써니뱅크' 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정맥인증으로 본인 확인이 가능한 일종의 '셀프 창구'다. 디지털 키오스크에 신분증을 넣고 영상통화, 또는 손바닥 정맥지도 인증(바이오인증)을 거친 뒤 OTP나 전화(ARS) 인증 절차를 추가로 밟으면 창구 직원을 통하지 않고도 통장·카드 발급, 예금가입 등 은행 점포 입출금 창구 업무량의 90%에 달하는 107개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써니뱅크는 신분증 촬영 전송, 영상통화 또는 기존 계좌 활용, 휴대폰 인증으로 이어지는 3중 확인 절차를 적용했다. 계좌 신청자가 스마트폰으로 본인인증을 받은 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촬영해 전송하고 상담원과의 영상통화를 거치면 새로운 계좌번호가 부여된다. 대출과 환전이 주영역인 써니뱅크의 주무기는 중금리 대출이다. 빅데이터 기반의 소득 추정 기법을 적용해 무서류로 신청 5분 내에 대출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최고 500만원 한도의 중금리 대출 상품으로 금리는 5.34~9.34%(2일 기준)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써니뱅크와 디지털키오스크의 상호 보완성을 활용해 핀테크를 발전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써니뱅크는 신한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이용 가능해 새로운 고객군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디지털키오스크는 서울·인천·경기남북부 등 23개 지점에서 시범 운영한 뒤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 디지털키오스크를 통한 거래는 평일 오전7시부터 오후11시30분까지 가능해 근무시간에 은행 방문이 어려운 고객들도 손쉽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본인 등록 절차는 직원이 근무하는 평일 오전9시부터 오후9시까지. 주말·공휴일 정오부터 오후6시까지 가능하다.
◇모바일 은행 주도권 쟁탈전 '치열'=이번 신한은행의 비대면 인증 서비스 출시로 타 은행들 또한 관련 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KEB하나은행은 내년 1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보유한 글로벌 표준 사용자 인증기술인 파이도(FIDO)를 적용해 지문·홍채·안면인식 등을 통한 비대면 본인인증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KB핀테크허브센터에서 육성 중인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과 손잡고 스마트폰의 카메라·스피커·마이크·터치패드 기능 등을 활용한 비대면 본인인증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은행 또한 지난달 5개 핀테크 기업과 '핀테크 사업 협력을 위한 공동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홍채인증 ATM 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모바일은행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위비뱅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모바일은행 시장이 이번 써니뱅크 출시로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시장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위비뱅크에 조만간 채팅, 온라인장터, 모바일 지급결제 기능 등을 탑재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기존 '하나N뱅크'를 업그레이드한 '원큐뱅크'를 조만간 내놓는다. 원큐뱅크에는 지인의 전화번호만 알아도 해외송금이 가능한 '원큐트랜스퍼' 기능 외에 선불형 전자지갑인 '하나N월렛'과 연동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도 탑재된다. 특히 이용자들이 보다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예·적금이나 중금리 대출 등의 핵심 기능 외에 여타 부가적 기능은 탑재하지 않는 방식의 차별화된 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이외에도 농협은행이 'NH디지털뱅크'를, 부산은행이 'B뱅크'를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라 모바일 은행 시장 쟁탈전이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보리·양철민기자 bori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