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사정위·선거구… 우리 사회 문제 해결능력은 있나

노사정위원회 구조개선특위가 9차례나 회의를 열어 파견근로자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아무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소식이다. 노사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다 보니 합의가 불가능해 교과서(합의안) 대신 참고서(의견 보고서)를 만드는 데 머무를 것이라고 한다. 이런 검토안을 건네받을 국회는 법정 시한을 코앞에 두고도 선거구 획정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으니 다른 데 눈 돌릴 겨를이 있을 리 만무하다.


노동개혁 대타협 이후 두 달이 지났지만 공전만 거듭하는 것부터 일찍이 예상됐던 바다. 대타협이라는 것이 '합의를 위한 협의' '추가 논의'를 못 박고 있으니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 불가능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 특히 노사 추천 전문가들은 정파적 이해관계만 고수한 채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고 있어 합의를 가로막는 형편이다. 선거구 획정도 마찬가지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제 역할을 포기했고 여야 대표들은 기껏 만나 '2+2' '4+4' 식의 형식적인 논의기구에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른바 중립적이라는 전문가집단마저 외부 입김에 휘둘리며 적극적 중재자로 나서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처럼 문제가 꼬이는 데는 무엇보다 기득권 세력의 책임이 크다. 당장 내년부터 고용대란이 닥쳐오는데도 노동계는 소수 정규직 보호에만 골몰하며 티끌 만한 피해라도 당할까봐 한껏 목청을 높이고 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정치 신인들은 유권자를 만날 기회가 줄어든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기득권 입장에서는 시간을 더 끌수록, 합의가 안 될수록 훨씬 유리한 구도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다가 막판에 엉터리 합의를 해놓고 대단한 업적인 양 치켜세우거나 서로 책임회피에만 급급할 게 뻔하다.

지금 사회 곳곳에서는 갈등과 대립이 분출하고 있다. 반면 타협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권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갈등만 부추기는 형국이다. 우리 사회가 과연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고나 있는지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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