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한번의 안철수식 실험, 정치판 변화 계기돼야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3일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지금의 새정연으로는 혁신이 불가능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게 탈탕의 변이다. 그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 그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꿈을 향한 고난의 행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새정연은 분당 위기에 처했다. 총선을 불과 넉 달 앞둔 야권 지형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안 전 대표도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새정연에서 빚어지고 있는 혼돈을 생각하면 그의 행보에 일견 수긍이 간다. 친노와 비노로 갈라져 이전투구하는 당의 모습은 그가 생각한 새로운 정치와 거리가 멀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지난해 3월 신당 창당을 돌연 중단하고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택했을 때와는 딴판이어서 혼란스럽다. 당시 그는 민주당을 호랑이 굴로 비유하며 "타협하거나 회피한 게 아니고 새 정치를 제대로 이루기 위한 진검승부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2년이 채 안 돼 벌어진 상반된 결정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안철수식 정치가 결국 이런 거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철마다 이쪽저쪽 기웃거리는 철새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행태라는 소리도 들린다. 억울할 수도 있지만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질책과 우려를 씻는 길은 하나다. 탈당을 계기로 한국 정치판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환멸을 느끼지 않고 신뢰하며 기대할 수 있는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정치혁신을 위한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또 한 번의 정치실험은 실패로 귀결되고 국민의 정치혐오증도 증폭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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