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 선진-개도국 'INDC·재원' 이견… 파리의정서 선언적 수준 그치나

"기후재원 선진국이 더 내야" "못박을 수 없다" 맞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견 탓에 진전된 결론을 도출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진전된 결론이라 함은 구체적으로 기후재원 마련을 위한 국가별 로드맵, 높은 수준의 국가별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방안(INDC) 제시와 이에 대한 국제법적 구속력 부여 등이다.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개발도상국의 목소리에 선진국이 화답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등이 INDC를 국제법으로 강제하자는 개발도상국 등의 주장에도 반대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COP21 행사장에서 만난 정부의 한 관계자는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 각국 정상들이 인류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의지가 커 잘될 것으로 봤는데 상당한 진전이 없어 힘이 빠지는 분위기"라며 "파리합의문이야 채택이 되겠지만 INDC와 기후재원 부문에서 내용상 획기적인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 각국 정상들은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했지만 기후재원과 관련해서는 큰 입장 차이를 보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기후변화를 느끼는 첫 세대이자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면서도 "저탄소 경제전환을 위해서는 민간주체의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재원 부담을 선진국에만 지울 수 없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도 이날 기후재원 마련을 위해 얼마를 내놓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기후재원을 제공하는 선진국의 약속 이행이 기대 이하"라면서 "선진국이 선도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신기후체제 협상의 핵심 사안들 중 하나로 재정지원을 꼽았다. INDC의 이행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중국 등은 국가 자율에 맡겨야지 국제법적 구속력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유럽연합(EU)과 개발도상국들은 INDC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국제법적 구속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 같은 각국의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파리합의문(가칭 파리의정서)은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일부 예외 국가는 있지만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2도씨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감축 의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세계 각국 정상들이 기후 변화를 테러와 함께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번 총회에서 합의문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 이전에 전체 196개국 당사국 중 184개국이 INDC를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제는 파리합의문에 담겨질 내용의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세계 각국은 주요 당사국 한두 국가만 협약에 참여하지 않아도 체제 자체가 붕괴될 수 있음을 교토의정서 사례를 통해 잘 알고 있다"며 "결국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합의 가능한 선언적인 수준의 내용만 포함돼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파리=임지훈기자 jh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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