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일 정상회의, 동북아 공존번영의 첫걸음 돼야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중일 정상이 3년 반 만에 머리를 맞댔다는 점부터 의미가 크다. 동북아 평화협력 공동선언과 한반도 비핵화 등 원론적 수준의 합의 이면에 경제에서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역내협력 증진이라는 방향성이 정해진 점도 분명해 보인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어렵사리 성사된 데는 일본 측의 치하대로 우리 정부의 공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열병식 참석과 미국 방문 등을 통해 한중일 정상회의가 속개돼야 한다는 국제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마침내 성사시켰다. 이번 정상회의를 평가하려면 먼저 세 나라의 기본 입장이 뚜렷하게 달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고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린 중국은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마당이다.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의 권고로 회담 테이블에 마지못해 나온 측면이 강했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입장차가 분명한 나라들이 모여 경제 부문에서 주목할 만한 합의를 이뤄냈다는 사실은 주목받아 마땅하다. 안보에서는 미국과, 경제에서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각국의 이해가 만나는 최대공약수를 합의로 도출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석유소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제조업이 밀집한 동북아 3국이 보완적 경제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면 모두가 새로운 동력을 접할 수 있다. 역내 무역의존도가 19.4%로 유럽의 63.8%, 북미의 40.2%에 크게 뒤떨어졌다는 점은 협력할 분야가 많고 가능성도 높다는 사실을 대신 말해준다.

물론 합의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과거사 문제가 동북아의 협력을 저해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곳간에서 인심 나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자주 만나 경제협력의 실익을 체감할 수 있다면 인식의 장벽도 엷어지고 동북아 공존번영의 길이 열릴 수 있다. 주말의 한중일 정상회의가 거대한 출발의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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