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너도나도 기업 옥죄는데 내년 사업계획 누가 짜겠나

국내 주요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련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경기침체에다 환율이나 유가 등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어느 것 하나 예측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이러다 보니 사실상 대규모 투자를 포기하고 기존 설비 관리에 치중하는 보수적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기업들의 아우성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이기는 하지만 국내 기업환경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예측이 불가능한 탓도 클 것이다. 당장 노동개혁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연내 노동개혁을 관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터에 어느 기업들이 채용계획을 마련하고 임금수준을 책정하려고 덤벼들지 의심스럽다. 중소기업들은 통상 대기업을 참조해 경영전략을 만들기 때문에 산업계 전반에 투자위축과 축소경영의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마저 오락가락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좀체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형편이다.

더 큰 걱정은 내년 총선을 맞아 반기업정서가 활개치면서 투자 분위기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총선공약을 내세워 총수 일가의 계열사 지분을 제한하고 기업에 징벌적 과세를 하는 포퓰리즘 법안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다. 최근 6개월 새 규제 관련 의원입법만 두 배 이상 급증했다니 선거 때면 어김없이 도지는 '대기업 때리기'에 기업들은 냉가슴을 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년 경제가 어려운 만큼 최소한 국내 리스크라도 줄여주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더욱 절실한 때다. 정부는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투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도 기업들이 중장기 전략은커녕 내년 경영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해 한숨을 내쉬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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