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해외서 홀로귀국한 아내에 "이혼 청구가능"

해외에 남편과 자녀를 남겨두고 홀로 귀국했더라도 남편의 외도 의심 등이 있다면 혼인파탄의 책임을 온전히 아내가 혼자 져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은 A(49)씨가 해외에 있는 남편 B(51)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이혼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 가정법원에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1990년 결혼해 세 자녀를 낳은 후 1998년 엘살바도르로 이민을 갔다가 2000년 초 과테말라로 이주했다. 그러다 4년 후 B씨와 자녀들을 과테말라에 둔 채 홀로 귀국했고 이후 신내림을 받아 무속인으로 지냈다.

원심 법원은 “원고가 홀로 귀국해 무속인이 된 후 10년간 과테말라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이혼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혼인 파탄의 책임은 전적으로 A씨에게 있다”며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에 따른 판단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남편 B씨도 아내를 직접 설득해 가정으로 복귀하도록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오히려 현지에서 한 여성과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여러 정황이 있다”며 “남편도 갈등원인을 제거하고 혼인생활 중 맞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아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흥록기자 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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