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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를 서울 서초사옥으로 옮기고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본부 기능을 수원사업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태평로의 금융, 서초동의 전자'였던 사옥 구도가 '서초동의 금융, 수원의 전자'로 바뀌게 된다.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사옥은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4개 사업부로 구성된 삼성물산은 사업부별로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룹 내에서 비핵심 계열사로 분류되는 삼성정밀화학은 이미 수원 전자소재 연구단지에서 방을 빼 서울 삼성동으로 이전하는 계획이 확정됐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당장 다음달부터 서초사옥에 대규모 공실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중 사옥 이전의 큰 방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연쇄 이동은 일차적으로 경영 합리화의 수순으로 해석된다.
서울 우면동 연구개발(R&D) 센터가 다음달 문을 열면 서초사옥에 상당한 공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땅한 임차 기업을 찾기 어려운 탓이다. 삼성그룹 역시 "공실에 따른 낭비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안들을 검토하는 것일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계열사 사옥 이전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기 경영 청사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자와 금융을 양대 축으로 회사를 이끌면서 신성장 동력 찾기에 '올인'한다는 경영 구상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건설이나 조선처럼 원천경쟁력이 없고 노동력에 기반을 둔 업종은 그룹 차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워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사옥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 본부 이전의 경우 "현장 경영도 좋지만 외국인 우수 인재 등을 유치하는 데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나 법무 등의 경우 업무가 서울에서 주로 이뤄지는 것과 맞물려 효율성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아직까지도 전체적인 밑그림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일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