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출산·고령화 대책 밤낮 계획서만 내놓으면 뭐하나

정부가 내년부터 5년간 추진할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핵심 목표는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을 지난해 세계 최저 수준인 1.21명에서 2020년 1.5명으로 끌어올리고 노인빈곤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49.6%에서 39%로 낮추는 것으로 정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혼부부에게 13만5,000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청년을 위해 노동개혁으로 37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정부는 10월에 내놓은 기본계획 시안이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아서인지 이번에 일부 보완했다. 그럼에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은 여전하다. 정부의 기본계획 어디를 봐도 13만5,000가구의 임대주택과 37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하면 합계출산율이 지금보다 0.29명 올라갈 수 있는지 설명이 나와 있지 않다. 과학적으로 치열하게 접근하는 대신 물량 위주로 정책을 나열한 채 목표만 장밋빛으로 제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주택공급 계획도 문제다. 공공임대주택 총량은 그대로인 채 신혼부부용 공급만 확대하면 대학생·사회초년생 등 주거 취약계층의 수혜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이들은 조만간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사람들이다. 정부는 애초에 주거 취약계층 전체를 상대로 면밀한 수요 검토를 거쳐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저출산대책 쪽으로 물량을 늘리다 보니 오히려 기본적인 계획을 왜곡하고 말았다.

시안 발표 때 이미 지적한 이민정책은 이번에도 전혀 추가되거나 바뀌지 않았다. 내부 해결로는 한계가 있으니 외부 수혈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 방법은 적극적인 이민정책뿐이다. '총체적 유입관리 체계 구축'이라는 미사여구 대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했어야 맞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 10년간 123조원을 투입하고도 별 성과를 내지 못한 전철을 앞으로 5년간 밟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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