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의 밤은 어두웠다. 호텔까지 가는데 거의 시골 분위기였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생각과 많이 달랐다.
최근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국제무역박람회에 다녀왔다. 처음 가는 인도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대단했다. 모든 언론에서 인도를 새로운 경제강국,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로 묘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인도를 전 세계 제조업의 허브로 변모시키려는 목표 아래 '메이크 인 인도(Make in India)'를 외치고 있다.
세계 경제 전망기관들도 앞다퉈 향후 인도 경제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월드뱅크는 오는 2050년 인도의 총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미국·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구성을 보더라도 인도의 잠재력은 대단하다. 최근 유엔이 발표한 인도 인구의 중위연령은 2015년 기준 26.6세로 중국(37.0세) 및 우리나라(40.6세)보다 훨씬 낮다. 인도는 중국보다도 10년 이상 젊은 국가로서 앞으로 생산과 소비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특히 모디 총리의 적극적인 해외 투자 유치노력으로 미국·중국·일본·독일·영국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인도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가서 접해본 인도는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만나 본 우리 기업인과 외교관들은 인도의 기업환경과 경제전망에 대해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았다. 경제는 시스템과 사람에 의해 움직이고 결정된다. 시스템은 똑똑하고 추진력 있는 정부가 들어서면 어느 정도 갖출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다르다. 인도 인구의 80%는 힌두교를 믿는다. 힌두교의 기본이념은 윤회·해탈·열반이다. 힌두교도는 현재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만족한다. 윤회사상에 의해 내세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의 원천에는 하고자 하는 동기와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인도인에게는 그것이 부족하다. 사업환경도 좋지 않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비즈니스가 용이한 나라 리스트에 인도는 지난해 143위, 올해는 130위였다. 지방분권적 정치구조와 지역별로 다양한 언어도 인도에서의 비즈니스에 장애가 되고 있다.
5,000년을 하루처럼 살아온 인도인이다. 본질이 변하지 않거나 아주 더디게 변하는 것이 인도다운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인도는 분명히 변하고 있다. 인도다움을 털어버리려고 애쓰고 있다. 과거의 느릿느릿한 코끼리의 모습은 더 이상 아니다. 그러나 변화의 성공 여부는 국민들의 사고방식을 바꿔 "해야 한다"와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게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모디 총리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되느냐에 따라 인도 경제의 미래가 결정된다. 우리 기업들도 그 변화를 주시하며 철저히 준비하고 움직여야 한다. 뉴델리의 밤이 우리 기업의 힘으로 화려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