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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를 두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실사 단계부터 두 기관의 뚜렷한 입장 차가 불거지면서 제대로 된 경영정상화 방안이 실행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추가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두 기관이 추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당초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말 실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두 기관의 견해차로 실사 결과 발표가 이달 중순으로 연기됐다. 삼정회계법인이 지난 7월 초부터 실사를 진행했으나 여기에 수은이 지난달 말 갑자기 삼일회계법인을 별도로 선정해 다시 실사에 참여하면서 기간이 길어졌다는 게 산은 측 주장이다.
반면 수은은 "산은이 실사에 착수하기 전에 7월20일과 8월20일께 중간 실사 보고서를 내놓을 테니 이를 통해 실사 적격성을 확인하라고 했으나 주요 채권단인 수은은 중간 보고서만으로는 판단할 수가 없어 한 달간의 줄다리기 끝에 8월 말 실사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산은이 약속한 중간 보고서조차 없었다는 게 수은 측 반박이다. 결과적으로 두 국책은행이 대우조선을 중복으로 실사하는 격이 된 셈이다.
대우조선에 대한 선박 선수금 지급과 관련한 두 기관의 의견도 엇갈린다. 산은은 수은이 대우조선 선수금 400억여원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수은의 선수급 지급이 지연돼 협력사 대금 결제와 임직원 급여 지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이 올해 6월 수주한 컨테이너선 12척의 선수금을 산은과 수은이 각각 5척·7척으로 나눠 맡았다. 산은은 5척의 선수금 930억여원을 7월 즉각 지급한 반면 수은은 7척의 선수금 60%만 지급하고 나머지 40%인 440억원의 지급하지 않았다. 산은은 이를 두고 수은이 대우조선의 돈줄을 옥죄고 있다 수은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수은은 지난 2분기 수조원대의 부실로 대우조선의 신용등급이 낮아졌기 때문에 내부 규정에 따라 공정 진도에 맞춰 선수금을 단계별로 지급하는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산은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상황을 고려할 때 수은이 내부 규정을 근거로 선수금 지급을 미루는 것은 책임회피"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고 수은은 이에 "대우조선 부지, 조선소 공장 등 일부를 담보권 설정을 해놓은 산은과 8조원 익스포저가 모두 신용대출인 수은을 일괄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반박했다.
두 기관이 이같이 마찰을 빚는 것은 대주주와 최대 채권자로서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때문이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31.5%로 보유한 최대주주이면서 이행성보증(RG)나 선박 제작금융 등의 명목으로 총 4조원가량의 자금을 대출해준 주요 채권은행이다. 한편 수은은 대우조선에 실제 대출 1억원을 포함해 약 8조원의 익스포저가 있는 최대 채권은행이다. 수은은 산은보다 익스포저가 두 배나 많은 상황에서 산은 실사의 적격성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두 기관의 마찰로 대우조선 해양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두 은행의 갈등이 격화돼 대주주와 채권은행 등이 일사불란하게 진행해야 하는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