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시리아에 지상군 투입

"우크라 사태 참전 자원군 파견"

러시아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훈련시킨 시리아 반군을 폭격한 데 이어 사실상 지상군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 대리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정부는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이 CIA에서 지원하는 반군을 겨냥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WSJ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분노가 커지면서 양국 간에 광범위한 갈등이 촉발될 우려가 있다"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리전을 수행하는 반군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측은 공습목표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방 측은 IS 격퇴를 구실 삼아 실제로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싸우는 시리아 반군 기지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이날 시리아 반군 41개 조직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는 잔혹한 점령군"이라며 "전력을 다해 공격할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더구나 러시아가 자원병력을 빙자해 사실상 지상군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직간접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5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의회 국방위원장인 블라디미르 코모예도프 제독은 "우크라이나 동부 사태 당시 참전한 용사들이 시리아에 파견될 것"이라며 "자발적인 자원군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자원군은 국민 스스로 조직한 비정규군이지만 국제법상으로는 병력으로 간주돼 교전자격이 인정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3월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 사태 때도 자원군이라는 모호한 형태로 지상군을 파견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전쟁을 벌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지상군 파병은 시리아 북부에 안전지대와 비행금지구역을 설치해 정부군의 공습을 막고 반군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서방의 시리아 정책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ㆍ외교적 해결 가능성도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3일 러시아가 공습과정에서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터키 영공까지 침범하면서 터키·나토와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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