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문재인의 ‘2선 후퇴’와 비주류의 품격

매서운 겨울의 추위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듯하다. 재신임 정국 이후 잠잠해졌던 문 대표 거취 논란이 10·28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문 대표를 옹호했던 주류 쪽 의원들 역시 지도체제 개편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올해 초 2월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에게 석패한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 취임 이후 지금까지 문 대표의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고 안철수 전 대표 역시 대학교 강연을 돌며 문 대표에게 더욱 강력한 혁신을 주문하는 등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문 대표가 취임 이후 두 번의 재보선에서 패배했고 당 지지율 역시 청와대 문건 파동,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야권의 호재 속에서도 20% 중반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비주류가 문 대표의 사퇴를 주장할 수 있는 충분한 배경으로 보인다. 야당은 2011년 11월 손학규 전 대표가 민주통합당으로 진보세력과의 합당을 선언한 직후 각종 선거에서 내리 패하며 2015년 11월 현재까지 대표와 대표대행, 비대위원장 등 11번의 지도부를 갈아치운 전력이 있다. 그래서 취임 이후 9개월 동안 문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이례적이란 자조적 평가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문 대표의 재신임 정국에서 드러났듯이 비주류 쪽 의원들의 주장에 온전한 힘이 실리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이 ‘친노 패권주의’를 주장하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기득권 확보에도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임명하는 원내부대표단의 비주류 쏠림 현상은 차치하더라도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 예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예산안조정소위 명단도 대다수가 비주류로 채워졌다. 여기에 문 대표를 향한 노골적인 비판은 그들의 주장에 무게감을 떨어트린다. 민집모 소속 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역할은 문재인에게 고추가루를 뿌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남 출신 한 의원은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세상에서 제일 나쁜 정치인은 문재인”이라고 끝맺음을 한다.

계속되는 비판과 거취 논란에 “참 많이 답답하다”고 표현한 문 대표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 결심한 듯하다.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의원들을 만나며 지도체제 개편의 방법과 시기에 대해서 논의 중이다. 어두운 총선 전망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2선으로 물러날 문 대표는 개인적으로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 대표를 거쳐 대권에 다시 나서겠다는 그의 뜻에도 상처가 나게 됐다.

하지만 문 대표의 2선 후퇴가 문재인 개인의 실패로 귀결 날지언정 총선과 대선을 앞둔 야권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 비주류가 품격을 갖춰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파싸움’이 야당에 등을 돌린 국민 다수의 이유다. 비주류가 친노 패권주의 타파를 주장하기에 앞서 본인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거나 공적인 장소에서 당 대표와 동료 의원을 향한 무분별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문재인의 2선 후퇴는 단순한 계파 갈등 차원의 의미로 국민에게 전달될 것이다. /박형윤기자man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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