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12개 회원국 "환율전쟁 자제하자"

보유외환 변동 등 자료공개 합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한 12개국이 환율전쟁 자제를 위해 외환보유액 변동과 외환시장 개입 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 한국도 TPP에 가입하려면 외환시장 개입 정도를 밝혀야 하는 처지에 몰리면서 환율정책의 손발이 크게 묶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 재무부는 TPP 참가국이 합의한 환율 관련 공동 선언문을 공개했다. 선언문에 따르면 각국은 경쟁적 통화절하를 자제하고 환율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한 국제통화기금(IMF) 참가국들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환율 조항이 포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회원국들은 중앙은행의 보유외환과 외환시장 개입 자료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또 매년 한 차례씩 정례회의를 열어 환율정책을 논의하고 자본 유출입과 수출입 자료 상호교환, 재정운용과 구조개혁 등 거시경제 정책을 평가해 보고서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 조항은 TPP에 새로 가입하는 국가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TPP 가입을 타진 중인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공표해야 한다는 사실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지금도 미 재무부는 '경제ㆍ환율 정책에 대한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을 중국 등과 함께 외환시장 개입 국가로 지목하며 주요20개국(G20) 수준에 맞춰 외환시장 개입 이후 이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TPP 가입 후 환율시장 개입이 속속 까발려질 경우 자칫 '환율조작국'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외환시장 개입내용 공개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공개방법은 어떤 식으로 할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TPP 가입과 환율개입 인정에 따른 손익을 저울질해 최대한 이익을 얻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TPP 선언문에 환율 조항이 들어간 것은 미국 측의 요구 때문이다. 미 의회와 자동차 등 제조업체들은 중국ㆍ일본 등이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는 바람에 미 기업과 일자리가 타격을 받고 있다며 비난해왔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이날 "TPP 참가국에 실질적인 책임을 지우는 데 더 많은 수단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 관료도 FT에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를 자제한다는) 기존의 IMF나 주요7개국(G7), G20 합의보다 더 엄격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언이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통화가치 절하를 각국이 검토할 때 이를 막을 강력한 압력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환율조작 국가에 대한 제재 조항이나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번 환율 관련 내용은 협정문의 공식 조항이 아닌 공동선언 형식으로 발표됐다. 미 의회가 '환율 조작국에 제재 조항' 삽입을 강력 요구한 반면 일본ㆍ캐나다 등 TPP 참가국들은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반발하자 미 정부가 상징적인 수준에서 어정쩡하게 타협했다는 것이다.

이날 미 자동차 회사인 포드 대변인은 "TPP 환율 논의는 지금 상태와 다른 게 아무것도 없다"며 "공동 선언은 TPP 협정 바깥의 것으로, 분쟁해결기구 등 환율조작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규제 내용조차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미 상원의 첫 관문인 재무위원회의 오린 해치(공화ㆍ유타) 위원장도 전날 "환율조작국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방안이 빠지는 등 TPP 협정문에는 의회 비준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잠재적 문제점들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친정인 민주당의 의원 대다수는 아예 TPP 체결에 반대하고 있다. 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등 유력 대선주자들도 TPP 합의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 비준 과정에서 격렬한 진통이 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내에는 TPP 발효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한 12개국이 환율전쟁 자제를 위해 외환 보유액 변동과 외환시장 개입 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 한국도 TPP에 가입하려면 외환시장 개입 정도를 밝혀야 하는 처지로 몰리면서 환율정책의 손발이 크게 묶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 재무부는 TPP 참가국이 합의한 환율 관련 공동 선언문을 공개했다. 선언문에 따르면 각국은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하고 환율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한 국제통화기금(IMF) 참가국들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환율 조항이 포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회원국들은 중앙은행의 보유 외환과 외환시장 개입 자료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또 매년 한 차례씩 정례 회의를 열어 환율정책을 논의하고 자본 유출입과 수출입 자료 상호교환, 재정 운용과 구조 개혁 등 거시경제 정책을 평가해 보고서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 조항은 TPP에 새로 가입하는 국가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TPP 가입을 타진 중인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공표해야 한다는 사실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지금도 미 재무부는 '경제ㆍ환율 정책에 대한 반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중국 등과 함께 외환시장 개입 국가로 지목하고 주요20개국(G20) 수준에 맞춰 외환시장 개입 후 이를 즉시 공개해야 하는 동시에 원화 가치 절상을 용인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TPP 가입 후 환율시장 개입이 속속히 까발려질 경우 자칫 '환율 조작국'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외환시장 개입내용 공개 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공개 방법은 어떤 식으로 할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TPP 가입과 환율개입 인정에 따른 손익을 저울질 해서 최대한 이익을 얻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TPP 선언문에 환율 조항이 들어간 것은 미국측의 요구 때문이다. 미 의회와 자동차 등 제조업체들은 중국ㆍ일본 등이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는 바람에 미 기업과 일자리가 타격을 입고 있다며 비난해 왔다. 제이콥 루 미 재무장관은 이날 "TPP 참가국에 실질적인 책임을 지우는데 더 많은 수단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 관료도 FT에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를 자제한다는) 기존의 IMF나 주요7개국(G7), G20 합의보다 더 엄격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언이 각국이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통화가치 절하를 검토할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압력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환율조작 국가에 대한 제재 조항이나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번 환율 관련 내용은 협정문의 공식 조항이 아닌 공동선언 형식으로 발표됐다. 미 의회가 '환율 조작국에 제재 조항' 삽입을 강력 요구한 반면 일본ㆍ캐나다 등 TPP 참가국들은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반발하자 미 정부가 상징적인 수준에서 어정쩡하게 타협했다는 것이다.

이날 미 자동차 회사인 포드 대변인은 "TPP 환율 논의는 지금 상태와 다른 게 아무것도 없다"며 "공동 선언은 TPP 협정 바깥의 것으로, 분쟁해결기구 등 환율조작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규제 내용조차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미 상원의 첫 관문인 재무위원회의 오린 해치(공화ㆍ유타) 위원장도 전날 "환율조작국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방안이 빠지는 등 TPP 협정문에는 의회 비준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잠재적 문제점들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친정인 민주당의 의원 대다수는 아예 TPP 체결에 반대하고 있다. 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등 유력 대선주자들도 TPP 합의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 비준 과정에서 격렬한 진통이 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내에는 TPP 발효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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