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수출 돌파구는 없나] <3> 포스트차이나 없는 수출시장

G2에 쏠린 수출구조 한계… '10대 기회국가'로 시장 다변화를


中 26% 美 13%로 양대국 비중 40%에 육박

中 중간재 자급률 1% 높이면 韓 수출 8%P 뚝

美선 소비재로 수요 옮겨가 내구재 기업 고전

세계 침체 속 꾸준한 성장 베트남 등 공략 강화


체코 스마트폰·사우디 車타이어 등 수출 유망




올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9%에 이른다. 지난 2010년까지 30% 초반에 머물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부상에 주요2개국(G2·미국과 중국) 수출 의존도가 덩달아 높아졌다. 과거 부동의 1위 교역국가인 미국 수출 비중이 2003년 처음으로 중국에 역전되면서 수출 다변화 문제는 수출 업계의 화두였다. 급부상한 중국의 힘에 취한 나머지 수출 다변화를 외친 지 10여년이 넘었지만 G2 편중도는 갈수록 커지는 실정이다. G2에 대한 절대적 의존도는 반대로 말하면 수출 한국호의 구조적 취약점이기도 하다. 중국과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얘기다.

더욱이 수출을 지탱하는 G2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의 기술격차가 1.4년에 불과할 정도로 쫓아왔다.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중간재를 자급화하기 위한 가공무역 억제정책도 악재다. 미국 시장도 헬스케어 등 소비재로 수요의 중심이 옮겨가면서 내구재를 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글로벌 전체 수출이 11% 위축되며 한국은 중미 수출로 그나마 선방(-6.6%)하고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체 수출품의 40%가 미국과 중국에 쏠리다 보니 이들 지역 수출성적에 따라 전체 수출액도 춤을 추고 있다. 중국 수출이 9.2% 줄고 미국 수출도 4.8% 감소했던 올 8월 한국의 전체 수출은 15.1%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중국(25.72%)과 미국(13.20%) 수출 비중이 전체의 39%에 육박하다 보니 이들 시장이 기침만 해도 한국은 몸살을 앓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이 우리 대중 주력 수출품목인 소재부품 등 중간재 자급률을 1%만 높여도 대중 수출은 8.4%포인트 하락하고 한국의 국내총생산 (GDP)은 0.5%포인트 내려간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전 세계 GDP는 중국(10조달러)보다 8배나 큰 78조달러 규모"라며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북부 국가 등 경제성장률이 견조하고 소득이 높아지는 나라에 대한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10대 '기회 국가'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베트남과 멕시코·사우디·체코·모로코 등 10개 국가는 글로벌 경제침체 속에서도 양호한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며 소득이 높아지고 있다. 대베트남 수출은 올해 9월까지 29.8% 늘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들의 생산공장 진출에 따른 부품소재 수출 증가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KOTRA 베트남 무역관 관계자는 "베트남의 GDP는 매년 5% 이상 성장하며 소득도 높아지고 한국 소비재의 수출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해 베트남의 한국 화장품 수입은 1억1,358만달러로 2013년보다 35.6% 늘어났고 정수기 필터 수입도 1,555만달러로 112% 급증했다. 멕시코도 자동차 부품 수출 증가와 한국 유아용품 판매가 늘어나며 올해 대멕시코 수출은 13.7% 증가했다. 유럽 수출 총량은 줄었지만 스페인과 체코 수출은 각각 9.4%, 18.8% 늘었다. 스페인은 신제품 교체장려정책으로 가전제품의 소비가 늘고 있다. 체코에서는 한국 스마트폰 점유율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출도 변압기와 자동차 타이어 등의 수요가 늘어 지난해보다 23.6% 뛰었다.

신승관 산업연구원 무역동향분석실장은 "소비시장의 질이 우리보다 떨어지는 중앙아시아, 멕시코, 아프리카 북부 국가들에는 소비재 수출을 늘려야 한다"며 "기존 주력 수출품인 부품소재는 기술개발로 고부가가치화를 이뤄야 수출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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