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대학 입학과 함께 서울로 올라온 기자에게 서울역은 긴 타향살이의 출발선이었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첫발을 내딛는 순간 주위의 광경은 놀라웠습니다. 대합실에 넘쳐나는 사람들,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웅장한 외관까지 첫 모습은 충격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서울역도 많이 변했습니다. 지난 2004년 민자 역사가 만들어지면서 옛 서울역은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곳이 간직한 추억을 그리워했습니다. 2011년 8월 11일, 구서울역사는 ‘문화역서울 284’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승객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던 모습은 사라졌지만 대신 오랜 세월 품고 있던 완숙미를 한껏 뽐내며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925년 준공돼 90년의 세월 동안 스스로와 주위의 변화를 목격해 온 서울역. 많은 것이 바뀌며 달라져 가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죠. 바로 서울역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입구며 출구라는 사실입니다. 아마 서울역도 궁금해하고 있지 않을까요? 다음에는 무엇이 바뀔지 말입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