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산업생산 증감률이 4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출이 부진했지만 정부의 소비 활성화 정책에다 추석 효과까지 겹쳐 내수가 강한 회복세를 보인 덕분이다. 그러나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연말이면 소비부양책 약발이 끝나 모처럼 부는 경기 훈풍이 지속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30일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전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4% 급등해 2011년 3월(4%) 이후 5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로써 전 산업생산은 4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세부적으로 제조업 동향을 보여주는 광공업 생산이 1.9% 상승(전월 대비)해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광공업 생산은 갤럭시노트5 등 휴대폰 신제품 출시 효과로 반도체 생산이 17.2% 급등하고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을 받은 자동차 생산이 5% 늘어나며 크게 올랐다. 서비스업 생산도 1.2% 늘어 3개월째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갔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호조를 보였다. 전월 대비로 0.5% 상승해 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고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5.5% 급등해 1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추석 효과로 음식료품·화장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2.3% 늘어난 덕분이었다.
설비투자 역시 전월 대비 4.1% 상승해 전월의 -0.9%에서 플러스 반전됐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으로 재정집행이 확대되고 분양시장도 호조를 보이며 건설기성(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이 전월보다 4.9% 늘었다. 5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으로 이는 1997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이다.
최정수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정부의 소비진작정책과 개별소비세 인하, 추석 연휴 효과 등으로 늘어난 소비가 전체 산업생산 증가세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앞으로다.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 최악의 중부지방 가뭄, 내년 초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경기회복세를 낙관하기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행은 가뭄으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하고 물동량도 줄어 2·4분기 성장률이 0.1%포인트 하락했다고 분석한 바 있으며 현재도 충청권을 중심으로 심각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내년 초 개소세 정상화로 내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판매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경기가 위축되면서 수출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근태 LG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주택 가격의 좋은 분위기와 분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건설 부문이 상승세를 이끌어 경제가 심한 위축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하면서도 "수출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경기 반등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단기적인 경기부양대책은 어느 정도 다 썼다"며 구조개혁과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 내수시장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등 잠재적인 성장능력을 끌어올리는 일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